[사회] 기업등 '공채사원 처리' 골머리
기사입력 1998년 02월 23일 15시 57분
경제난과 구조조정으로 인원과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하반기 공개 채용한 입사 예정자들의 처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여력은 없고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입사를 취소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이에따라 일부 기업에서는 위로금을 제공하며 `우대퇴직'을 권유하는 가 하면 아예 한술 더 떠 극기훈련이나 3D 부서에 배치해 자발적으로 그만두게 만드는 등 별의별 고육책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차일피일형.'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채용할 테니 참고 기다리라'며 입사 일정에 대해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는 것.
다행히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신입 사원을 채용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취업문이 바늘구멍보다 더 좁아지면서 `어떻게 구한 직장인데…'라며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자 이 방법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게 입사를 취소하는 대가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케이스.
A사는 지난해 가을 공개 채용한 신입사원들에게 입사를 포기하는 대신 1인당 3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회사 사정상 신입 사원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며 `퇴직금' 형식의 위로금을 지급한 것.
이보다 더 지능적인 방법은 일단 신입사원을 채용해 힘든 부서에 배치해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는 유형.
신입사원 연수과정에 지옥훈련을 방불케하는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넣거나 일을 배워야 한다며 영업직이나 생산직 등에 배치, 자발적으로 물러나게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H사의 경우 입사 대기상태에 있는 신입사원들의 처리 문제를 놓고 내부 토론을 벌였으나 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일단 외국어 학원비를 지원해주며 발령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입사 취소를 섣불리 결정했다가 자칫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당분간 입사 예정자들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는 회사측으로서는 이들이 다른 직장을 구해 스스로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털어놨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