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만우 8단●유창혁 9단
기사입력 1998년 02월 23일 15시 57분
제2보(18∼27)＝바둑은 복잡한 수읽기를 요하는 장면보다 지금처럼 초반 다음 한수를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렵다. 수읽기를 할 때처럼 수학공식마냥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막연한 초반에선 전적으로 자신의 기풍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선지 강 8단은 백 18에 꽤 오랜 시간(13분)을 들였으며, 그의 기풍에 걸맞게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만약 우변 흑 ▲가 `가'의 곳에 바짝 다가서 있다면 백은 `나'로 지켜두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흑 `다', 백 `라', 흑 `마'의 봉쇄가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흑 `다'에 백은 `바'로 비켜받을 여유가 있어 가일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호전적 기풍이라면 백 18로는 `사'로 하변에 침입해 곧장 싸움바둑을 유도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백은 18로 일단 지켜놓고 흑의 태도를 엿본다.
그러자 흑 19는 예상됐던 하변 확장. `사'의 곳 침입을 사전에 예방하면서 하변을 키우려 한다. 여기서 백 22는 적절한 삭감수다. 상대가 자기진을 고수하기엔 미흡하게 하고, 공격하기에는 무리한 곳에 두는 것이 삭감의 요령이다.
즉 백 22에 흑이 `아'로 지키기에는 미흡하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27로 씌워 공격하는 것은 성급한 착상인 것.
그래서 흑은 23, 25의 원거리 지원사격으로 백의 태도를 묻고 있다. 여기서 백 26은 기세이자 내친 걸음. 이 수로 겁을 먹어 [참고도 1] 백 1로 달아나는 것은 흑 2 막힘이 아프다. 12까지 뭔가 얽힐 염려가 다분한 모습.
이에 흑도 더이상 참지 못하고 27로 공격을 가하고 나섰는데 어쩔 수 없었을 듯. [참고도 2] 흑 1, 3으로 백에 장단을 맞춰주다가는 백 4로 A의 단점만 남을 뿐이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