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람호] '원래 직업 혹시 깡패?'
기사입력 1998년 02월 23일 15시 57분
KBS 2TV 미니시리즈 `맨발의 청춘'에 나오는 조역 1명의 `투혼연기'가 방송가에 화제다.
극중 지역건달 고강수(정성모분)의 오른팔인 김람호. `개코'로 불리는 그의 리얼한 `깡패연기'는 촬영때마다 연신 PD들의 무릎을 치게 한다.
말할 때마다 침을 튀기며 자기 뺨을 때리고, 정성모가 건달 총두목 김무생에게 무시당하자 2년간 길렀던 머리를 미련없이 삭발하며 울부짖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너무 느끼하다"고 말하면서도 몸을 내던지는 `연기자 정신'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제작진들은 첫회 촬영때부터 스스로 10가지 액션장면을 설정하고 나타난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요즘도 그가 가지고 다니는 대본은 6가지.
이중 5개는 인물 성격을 스스로 컴퓨터로 분석한 것이다. `인물창조 노트'라고 써있는 노트 5권엔 `인물 1차분석' `2차분석' `최종분석'등의 순으로 정리돼 `개코'의 성장과정과 취미, 심지어 자격증까지 설정해 놨다. 삭발장면도 대본에는 없었지만 작가에게 건의해 삽입됐다.
83년 KBS의 `꾸러기 합창단' `호랑이 선생님'에 출연, 아역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92년 브라운관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맨발의 청춘'에 캐스팅된 것은 그가 군복무시절인 96년 `신고합니다'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김용규PD가 특유의 성실성을 기억해 냈기 때문.
조역이지만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집중하는 모습은 "작은 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그의 말을 실감나게 한다.
[이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