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니] '우리말 되니까 인기 볕드네'
기사입력 1998년 02월 23일 15시 57분
일일극을 즐기는 시청자는 공통점이 있다.
극중 인물의 변해가는 과정에 흥미를 가진다는 것. 특히 대상이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연기자일 경우 그 재미는 배로 늘어난다.
MBC의 일일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는 이런 기쁨을 충족시켜 주는 신세대 연기자가 많다.
그중에서도 이제니(19)의 변모는 하루가 다르다.
96년 10월, `남자셋 여자셋'에 처음 얼굴을 내비쳤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여섯살때 귀국했어요. 이후 쭉 외국인 학교에 다녔죠."
한국어도, 연기도 서툴렀다.
PD의 빠른 말과 대본의 한자성어에는 반드시 느리고 쉬운 설명이 뒤따라야 했다. 따라서 다소곳이 소파에 앉아 있거나 등장인물의 주변을 서성이는 것이 연기의 주메뉴.
시청자들은 `그저 말수가 적고 귀여운 소녀구나' 했다.
그렇지만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이제 `남자셋 여자셋'은 일주일에 2∼3회를 김진@이제니 커플에게 할애한다.
우리말이 되고 덩달아 연기도 된다.
김진과의 사랑 싸움에는 제법 감정이 실리고 흥이 나면 가벼운 개그도 아무렇지 않게 해 넘긴다.
소녀티도 많이 벗었다. 시청자는 어느새 `여성'이 된 이제니의 외모에 깜짝 놀란다.
"장차 연극이나 뮤지컬무대에도 서 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연기에 욕심이 많지만 당장은 대학 진학이 급하다.
외국인고교 3학년 휴학중. 남은 학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대입을 준비해야 하지만 바쁜 스케줄에 밀려 자꾸 늦춰지는 것이 안타깝다.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대학에 가고 싶다"는 그녀의 희망 전공은 공학. 의외로 이제니에게는 기계를 만지는 재주가 있다. 웬만한 전자제품은 설명서만 한번 훑으면 금방 능숙하게 작동시킨다. 게다가 TV와 비디오, 오디오 등을 연결해 근사한 AV시스템을 만들 정도라고.
[서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