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올들어 세계대회 3연승 '승승장구'
기사입력 1998년 02월 22일 15시 50분
`범띠' 유창혁(32) 9단이 호랑이해를 맞아 큰 일을 저지를 것 같다.
지난해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유 9단이 `세계최고의 공격수'답게 연초부터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
올해들어 세계대회에서만 벌써 3연승.
지난달 열린 동양증권배 본선에서 중국 `6소룡'의 선두 창하오(常昊) 8단과 일본의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 9단을 잇따라 격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이창호 9단을 꺾고 결승에 올라 큰 승부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전에선 지난 11일 제32기 왕위전 본선 6국에서 난적 서봉수 9단을 190수만에 백 불계승으로 이겨, 강력한 도전자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유 9단의 전적을 살펴보면 특히 국제대회에서 한두해 걸러 꼭 큰 일을 해냈다.
93년 제6회 후지쓰배 우승, 94년 제7회 후지쓰배 준우승, 96년 응창기배 우승 및 삼성화재배와 세계기왕전 준우승, 93∼97년 제1∼5회 진로배 한국우승의 수훈등이 국제대회에서의 그의 성적이다.
그러나 작년엔 한 바둑관계자의 농담처럼 `놀고 먹었다.'
LG배 기왕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져 준우승을 차지한게 전부고, 국내기전에서도 무관의 기사로 전락했다.
기분파라는 그의 성격대로 감각과 날카로운 공격력은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승부근성이 떨어지는 게 그의 최대약점. 이창호 9단처럼 악착같이 달라붙는 맛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는 24일부터 결승5번기로 진행될 이번 LG배 세계기왕전은 그에게 상당히 느낌이 좋다.
`큰 일을 저지를 만한 때'가 됐고, 그와 우승을 다투게 될 대만출신의 일본 프로기사인 왕리청(王立誠) 9단과의 전적에서도 2승1패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전 8차례 우승의 왕리청 9단은 유난히 조치훈 9단에게 강한 전투형 기사로, 지난 95년 조치훈 9단으로부터 왕좌전 타이틀을 빼앗은바 있다.
작년에는 고단진 이상 부문에서 다승 2위를 차지했지만, 타이틀은 갖지 못했다.
"국제 기전 경험이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볼때 유창혁 9단이 한발 앞서고 있어, 덜컥수만 없다면 타이틀 획득을 기대해봄직 하다"는게 바둑계의 조심스런 전망이다.
[나성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