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만우 8단●유창혁 9단
기사입력 1998년 02월 22일 14시 30분
제1보(1∼17)＝객관적인 전력면에서 한쪽이 월등히 앞선다면 대국 전 그 승부는 쉽사리 예측 가능하다. 이 판도 그랬다. 만약 이 판을 놓고 그 승부를 도박사들에게 점쳐보라고 했다면 과연 강 8단에게 몇 표나 던질 지 의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바둑은 항상 `의외성'과 `상대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바둑판은 넓고 그 수는 무궁하다. 또한 프로라면, 그것도 `8단'정도의 고단자라면, 누구나 `한칼'을 지니고 있다. 천하의 고수라 할지라도 그 칼에 걸리면 헤어나기 어려운 것이 프로의 바둑이다.
아무튼 2차예선 결승국 중 가장 화제를 몰고 왔고, 그 내용 또한 파란만장했던 이 판을 흥미있게 감상해 보자.
흑 5, 7 `미니중국식'포석은 유 9단이 즐기는 초반 포진이다. 또한 대부분 프로들이 애용하는 포진인데 특히 조훈현 9단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백 8 갈라치기는 거의 이 한수.
그런데 흑 9 다가섬이 유 9단의 독특한 취향이다. 프로들은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데 기풍은 말할 것도 없고 행마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즉 `유창혁'하면 `눈목자'를 떠올릴 정도로, `이창호'하면 `날일자'와 같이, 특히 화점에서 눈목자를 즐겨 두는 기사가 유 9단이다.
이 경우 흑 9는 보통 `가'로 바짝 다가서는 것이 일반적. 그 차이점에 관해선 다음 보에서 설명하겠다. 어쨌든 백 10에 흑 11로 어깨짚어 이하 17까지 이미 `유명'해진 정석의 샘플이다. 이 정석이 완성되기까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현재 여전히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정석이기도 하다.
그 한 예로, 요즘엔 흑 13대신 [참고도] 흑 1로 막는 수가 한창 연구 중에 있다. 18까지 수순을 음미해보자. 호각의 갈림으로 보다 전투지향적 바둑을 즐기는 기풍이라면 한번 시도해봄직 하겠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