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손하] '욕먹을 각오하고 있어요'
기사입력 1998년 02월 22일 14시 30분
캠퍼스를 누비며 빼어난 미모로 남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인기캡'인 여대생. 대학교에서 이런 최고스타 여대생을 `만대일'이라고 부른다나.
즉 대학 전교생이 선망해 이 `퀸카'를 얻으려면 대충 9천999명의 열혈남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
새내기 여자탤런트들에게 `요망배역'을 물어보면 열이면 열, 이 정도 되는 예쁘고 청순한 여대생이다.
하긴 윤손하도 데뷔초 KBS 2TV 청춘드라마 `사랑의 인사'에서 여대생역을 해봤다. 하지만 그때는 이 총애의 여주인공을 성현아에게 넘기고 좀 덜 눈에 띄는 안경낀 모범여대생으로 스스로를 `위장'했던 것. 자신의 전매특허인 섹시한 눈매와 매력적인 입술을 숨기고서다.
그런 윤손하가 `이제는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나설 자리'라고 택한게 청순가련여대생이 아니라 사극에서 희대의 악역이라 히트다.
MBC TV가 4월부터 방송하는 새 수목드라마 `대왕의 길'(극본 임충, 연출 소원영). 이 드라마에서 윤손하는 대본에 나오는 모든 배역중 최고 악역인 `문나인'을 맡았다.
"저도 처음엔 이미지 좋은 청순한 여대생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젠 `장희빈' 같은 걸 하고 싶어요"라는 연기투혼.
하긴 윤손하에겐 사극이 처음은 아니다. 96년 KBS 월화사극 `장녹수'에서 기생도 했고, `전설의 고향_천도복숭아'에서 귀신도 했다.
특히 `장녹수'에서는 연산군에게 수청까지 할 뻔하며 자살로 정절을 지키는 여자까지 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문나인'이 곧 `장희빈'이다.
"`장희빈' 못지않게 신분상승하는 여자예요. 빈은 아니더라도 나인에서 후궁까지 되는…. 그것보다 행실이 장희빈보다 한수 위지요."
윤손하가 할 일은 영조(박근형)와 사도세자(임호)사이의 이간질. 자신의 아이를 왕위에 오르게하기위해 온갖 모함과 계략으로 사도세자를 뒤주에서 죽게하는데, 무식한 파락호 오빠(권용운분)까지 꼭두각시로 동원한다.
혹 CF가 안들어올지도 모르고, 다음 배역에 영향이 미칠지도 모르는 이 위험한 선택에 대해 윤손하는 까딱없다.
그 나이에 하고싶은 게 많을텐데 하필 `악역'이냐는 질문에 대해 "상관없어요. 멋지잖아요"라는 명쾌한 대답.
5월부터 SBS TV 청춘드라마 `파트너'에도 출연할 그녀는 극중 새침데기 사회초년생으로 나와 무려 2세기를 건너뛴 `윤손하 스테레오'도 보여줄 생각이다.
[이준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