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처음 만져본 '월드컵 트로피'
기사입력 1998년 02월 20일 16시 26분
@…"이게 진짜 월드컵트로피란다. 10년후 너희들이 이 트로피를 가져 오너라."
"아닙니다. 이번 98프랑스월드컵에 우승해서 감독님이 꼭 안고 오셔야 합니다."
19일 오후 3시30분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고수부지에 있는 차범근 축구교실.
지난 14일부터 서울서 순회전시 중인 FIFA월드컵 우승트로피가 도착하자 어린이선수들과 학부모 150여명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오전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차범근 감독은 월드컵을 100여일 앞두고, 그것도 난생처음으로 월드컵트로피 진품을 가슴에 안아 보았다.
만감이 교차했다.
`월드컵이 뭐길래, 축구가 뭐길래…. 우리는 과연 언제 이 우승컵을 품어볼수 있을까….'
차감독의 뇌리엔 아시아예선때 넘나들었던 숨막히는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태극전사들이 역대 월드컵에서 맛보았던 좌절과 환희의 추억들도 하나하나 떠올랐다.
"기본기에 충실한 유소년 축구를 키워야 한국축구가 살수 있다"고 역설하던 기억도 생각났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열심히 훈련했겠지. 이리와서 트로피를 쓰다듬어 보렴."
차감독은 트로피에 입을 맞춘 뒤 꼬마선수들에게 내밀었다.
90여명의 꿈나무들이 우르르 달려 들었다. 전세계 팬들의 염원이 담긴 트로피를 어루만지는 고사리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제 10년후면 이 트로피는 너희들 것이야. 알겠지."
"예, 꼭 해낼 것입니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감독과 축구 꿈나무들은 월드컵트로피 곁을 떠날 줄 몰랐다.
[신향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