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요리] 맛으로 먹고 약으로 먹고
기사입력 1998년 02월 20일 16시 26분
요즘 오리집 주인들이 오리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운이 빠지고 소화불량 화병 우울증을 유발하는 `IMF스트레스'에 효험이 있다는 주장.
`동의보감'에는 오리가 중풍이나 순환기 질환 등에 특효약이라고 돼있다. 해독과 피돌기에 좋아 기운을 차리게 한다.
오리는 드문 알카리성 식품. 여성 미용식과 담배와 술의 해독제로 인기를 끌어왔다.
오리는 육질이 질기고 기름 때문에 손가락이 붙는다는 미신 등으로 멀리했으나, 요즘은 조리법이 크게 발달했다. 도시 외곽에서 맴돌던 오리요리가 시내 곳곳에서 활갯짓이다.
오리탕은 서울 서초동의 `산장'(02－583－6136)집이 `동의보감 오리탕'으로 소문났다.
오리를 토막내 한번 끓여 행군 다음 음양곽 더덕 등 8가지 약재를 넣고 또 끓인다. 약재는 주인이 직접 캔 자연산.
전골 냄비에 다시 끓여 손님상에 올린다. 육질이 의외로 부드럽고 쫄깃하다.
밑반찬도 곰취와 원추리, 엄나물과 참나물 등 죄다 산나물이다. 오리탕정식은 1마리(4인분)에 4만원이다.
오리주물럭은 서울 충무로 인현시장 골목의 `소문난집'(02－278－3339)이 제법 잘 굽는다.
그날 잡아 굽는 즉석 주물럭. 굽기 전에 녹각 등 약재와 배, 마늘 등 10여가지 재료로 양념을 만들어 푹 재어놓는다.
팽이버섯과 양파 등을 곁들여 솥뚜껑에 구워먹으면 `오리가 새 맞구나' 하는 맛을 알게 된다. 뼈로 끓인 뚝배기오리탕이 딸려나온다.
IMF시대를 맞아 1마리(3인분) 3만원 하던 것을 1만8천원으로 대폭 내렸다.
서울 역삼동 한국은행 뒷문쪽의 `청둥오리'(02－517－5252)집은 오리 요리만 20년째 해오고 있다. 한약으로 졸인 살코기를 찢어 소스에 찍어먹는 오향오리(1마리 4만원)가 일품이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의 `송도터줏대감'(032－831－5556)은 불찜통오리밀쌈 집이다.
향신료 대파 월계수잎 등으로 양념해 통오리를 만 하루 잰뒤, 참나무와 쌀겨로 도자기 가마를 달궈 기름을 쫙 뺀 훈제오리다. 1마리 3만5천원.
경기도 이천시 설봉산공원 입구의 `설봉천오리구이'(0336－638－5292)집은 오리육개장(6천원), 오리양념구이(3만원) 등 오리요리가 무척 다양하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