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우] '라이브 콘서트 연100회'

기사입력 1998년 02월 20일 16시 26분


하릴없는 허무주의자-언더그라운드 가수 조관우(본명 趙光浩．32).

그를 보면, 미국의 작가 솔 벨로가 생각난다. 조관우도 `자유를 찾아 헤매는 황야의 늑대'일 수 밖에 없다. `소외된 사람들'에겐 끈적대는 애정을 가진다. 그러나 그도 역시, `소외된 사람'인 걸.

조관우. 94년 만추(晩秋). 홀연히 `늪'이란 노래로 `지하실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스물 셋이었다.

`가려진 커튼 틈사이로/처음 그녀를 보았지/순간 모든 것이 멈춘듯 했고/가슴엔 사랑이...꿈이라도 좋겠어/느낄 수만 있다면...'

`늪'은 단숨에 8만장, 그리고 이내 몇백만장까지 팔려 나갔다. `리듬 앤 블루스' 풍. `늪'. 때로는 눈내리는 겨울밤, 청상과부의 한숨이다. 더러는 비내리는 여름밤, 귀신의 울음이다.

아니다. 뙤약볕, 목화밭이다. `흑인들의 절규'다.

`늪'은 사람마다의 가슴에 `슬픔의 강'으로 젖어 들었다.

"한국인들의 한(恨)에다 흑인들의 우수를 보탰다. `리듬 앤 블루스풍'이다. 그러나, `판소리가락'이 스며 들었을지도 모른다."

`늪'뿐만 아니다. 제1집 `마이 퍼스트 스토리'의 수록곡 `다시 내게 돌아와' 등 4곡이 동시에 떴다.

인터넷엔, 조관우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수시로 묻어 난다. 팬층은 다중구조. 남녀노소 불문. 이들은 늘상 `조관우의 창법'에 넋을 뺏긴다.

`조관우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상업성에 물들지도 않는다' `도도해서 좋다' 등의 평.

조관우. 서울 태생. 소리꾼 3대째. 아버지 조통달. 할머니 박초월. 둘다 판소리 명창. 유년기는 음울했다. 부모의 이혼. 아버지는 늘상 출장중. 해외공연이 잦았던 탓이다. 할머니, 고모집을 전전했다.

조관우. `말없는 아이'. 벙어리가 아닌가고, 의심할 정도였다.

교동초등학교를 졸업, 중동중에 입학할 무렵. 이미 음악은 일상이었다. 특히 흑인가수 스티비 원더의 `마스터 블랙스타(재밍)'는 미치게 좋았다.

"레게음악인데, 우연찮게 우리 국악의 자진모리와 비슷했다. 그래서 더욱..."

조관우에게 있어 국악은 피내림이다. `음의 떨림'에서, 특히나 `귀신이 곡할 정도'의 천재성을 보였다.

아버지는, 그러나 이런 아들에게 두드러기가 일었다. 고단한 `쟁이에의 길'은, 2대로써 마감하고 싶었다.

"아버지는 기타는 물론, 드럼세트까지 깨부셔 버렸다. 그땐, 너무 야속했다. 그러나, 지금은 눈물이 난다.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중3. 연극반에 기웃댄다. `대한민국청소년 연극제'. 중동중은 `승무(僧舞)'로 참가. 조관우는 주연. 우수연기상 수상.

여러 고교에서 특채입학을 제의했다. 그러나 국악예고에 입학. 가야금 전공.

"대학 갈 생각은 안했다. 괜찮은 `쟁이'만이 목표였다."

고교졸업. 다운타운으로 틈입. 관수장, 남서울 호텔 등의 밤업소를 떠돈다. 그러나 솔 풍의, 조관우풍의 음악은 환영받지 못한다.

`너무 서정적이다. 맛위주, 선위주의 노래는 밤업소엔 이물질이다.'

그러나 조관우는 타협하지 않는다. 다운타운을 버렸다. 집에 박혀 `더 비지스' `어스윈드 앤 파이어'의 음악을 진종일 틀어댄다.

그러면서 `팔세토(假聲)창법'을 스스로 익힌다.

"팔세토라지만, 실은 진성과 가성의 중간음을 익히려 했다. 실처럼 가는 음(絲聲)을 찾았다."

한밤엔 이웃 땜에, 베개로 입을 틀어 막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3년이 흘렀다.

스물한살. 입대. 문선대원으로 활동. 연극 주연도 했다. 시나리오는 직접 쓰고.

제대후. 가수 최호섭과 함께 다운타운에 재입성. 그러나 1년반후 밤무대를 떠난다.

"테크니컬 음악이 밤무대까지 휩쓸었다. 솔 음악은 더이상 발붙일 수 없었다. 장르의 다양성이 학살됐다. 주위에선 록음악을, 심지어는 잘뜨는 가수의 모창까지 강요하고..."

몰강스런 세태. 가치관의 혼돈. 조관우는 더욱 치열한 허무주의자가 돼갔다.

이때. 작곡가 하광호를 만난다. 그러면서 탄생한 게 `늪'.

조관우. TV완 담을 쌓았다. 그런데도 연 1백회를 웃도는 그의 라이브 콘서트는 늘상 만원이다.

특히 제2집 `메모리'는 리메이크 앨범. `님은 먼곳에' `꽃밭에서' 등 흘러간 노래는 조관우 특유의 해석으로 재창조. 빅히트를 기록했다.

"그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산다. 뭐가 삶인지, 출세인지 모른다. 아니 관심이 없다."

제4집 앨범 `길'. `리듬 앤 블루스'에 `트롯'을 보탰다.

`지금 그대는 어디쯤 오는지/아직 와야 할 길이 더많은지/잠시 다녀오겠다던 발걸음.../서글픈 사랑은 지친 세월안고 홀로 견딘 나의 기다림...'

[서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