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태초의 혼란(19)
기사입력 1998년 02월 20일 16시 26분
바우의 `몸통 박치기'였다.
덩치와 힘에서 앞서는 바우의 몸통 박치기는 위력적이었다.
킹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리면서 등과 머리가 벽에 부딪혔다. 어떤 주먹이나 이빨 공격보다 큰 충격이었다.
킹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됐다.
이 틈을 놓칠 바우가 아니었다.
바우의 해머펀치가 킹의 얼굴을 완전히 돌려놓았다.
웬만한 동물 같으면 목뼈가 부러질 정도의 파워가 실린 주먹이었다.
킹은 사실상 혼수상태가 됐다.
바우는 이제 `무혈입성(無血入城)'만 하면 사파리 초대 왕이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피'는 필요했다.
바우가 아닌 킹의 피였다.
바우는 곧바로 킹의 목에 `빨대'를 꽂았다.
킹은 숨을 헐떡이며 고통을 참아야 했다.
더이상 승부가 뒤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자 패트롤카는 시동을 걸었다.
바우가 사파리 원년 챔피언이 되는 순간이었다.
사파리 서열을 정하기 위한 `대장정'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제 사파리 개장 때까지 모든 사자들이 컨디션을 회복하고 내장객을 기다리며 단장을 하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또 시험 삼아 사자들을 부분적으로 합사(合舍)시키며 사파리 생활을 준비시키는 일도 해야 했다.
서열이 정해졌지만 집단생활을 한 경험이 없는 사자들인 만큼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패트롤카가 개입해 싸움을 말려 부상을 막는 한편 `사파리 보안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최고의 특권은 물론 바우 차지였다.
바우 곁에는 언제나 암사자 5마리가 있었다.
무력만큼이나 정력을 타고난 바우는 하루 종일 암컷을 품고 살았다.
바우의 그런 모습을 보고 사육사들은 자손 귀한 집안에서 아들을 장가보내는 할머니처럼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머지 않아 `용인 출신'의 사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고편과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전투는 끝나고 처음 있는 휴식, 그리고 2세 탄생을 위한 사랑….
그러나 사파리는 새로운 싸움의 장을 펼쳐놓고 사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X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