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쌍방울 선수들의 '알뜰살림법'
기사입력 1998년 02월 19일 15시 31분
★…`러닝 셔츠와 팬티 이외에 새 것은 없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쌍방울의 올시즌 `알뜰 살림법'이 이채롭다.
구단 살림살이가 어려워 철마다 그룹으로부터 선수 1인당 한두벌씩 지급받는 속내의 이외에는 모두 중고품을 쓰기로 한 것이다.
유니폼 스파이크 양말 방망이 글러브 등 선수용품 일체다.
종전같으면 유니폼이나 스파이크에 조금만 흠집이 생겨도 곧바로 새 것으로 바꿨지만 이제는 꿰매고 때워서 입고 신어야할 형편이다.
뼈를 깎는 살아남기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정경기에서의 숙박비는 3만원, 한끼 식사는 1만원으로 타구단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지난 13일 끝난 제주도 전지훈련중 생긴 일화 한가지.
장급 호텔에서의 1만원짜리 식사는 아니나다를까 온통 푸성귀.
어느날 김성근 감독의 친구가 숙소를 찾아와 저녁 식사로 선수들에게 불고기를 대접했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나기 무섭게 게눈 감추듯 사라지자 연신 비지땀을 훔치며 고기를 나르던 식당 주인은 "운동선수를 많이 상대해 봤지만 이런 대식가들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
쌍방울 선수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로 절약되는 돈은 연간 12억∼13억원.
모기업의 부도로 올시즌 초감량 예산으로 편성한 63억원의 재원조달이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구단측이 "문제없다"고 호언하고 있는 것도 선수들의 이같은 고통분담 의지에 힘입은 바 크다.
"참고 견디면 좋은 날도 오겠지요."
선수들의 애틋한 바람이 언제쯤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지….
[양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