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43)사창가
기사입력 1998년 02월 19일 15시 31분
"(15세기 독일) 유곽의 포주는 서약에 따라 여자들을 다음과 같이 대우했다. 그녀들의 매끼 식사는 세 가지로 스프 고기 순무 뿐이었다. 고기를 먹지 않을 때는 정어리 한 마리가 나왔다. 만약 여자들이 임신하면 추방했다. 선불한 돈을 갚으면 여자들은 매춘부 생활을 그만두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만약 취업 중에 병들어 죽게 되면 반드시 쓰레기 속에 묻히거나 짐승가죽을 벗기는 장소에 버려졌다. 매춘부가 될 자격은 독신일 것, 그러나 성병환자는 제외되며 유방이 미숙하고 사랑의 상대로 적합하지 않은 여자아이도 제외되었다."
미술사가인 후쿠다 가즈히코는 저서 `요지경 풍속기행'(도서출판 강천)에 비참한 삶을 살았던 중세의 매춘부들에 대한 글을 이렇게 쓰고 있다.
당시에는 매춘부가 넘쳐 흘렀다. 손님을 끌려는 경쟁도 치열해져 몸값이 껌값이었다. 포주로부터 받는 화대는 독일돈으로 1마르크 이하였다. 지방에서는 이보다도 적어 달걀 한개값만 있으면 매춘부를 살 수 있었다.
권력자들은 매춘부를 다른 여자들과 구별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조치도 서슴지 않았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매춘부들에게 어깨에 노란 리본을 달게 하거나 황색옷을 입도록 강요했다. 라이프치히에서는 파란끈이 달린 노란 망토를 걸치도록 했다. 피렌체에서는 매춘부가 쓰고 다니는 모자에 방울을 달았다.
매춘부는 수놓은 옷을 입을 수도 없었으며 금 은 진주 산호 보석 등으로 만든 장신구도 못달았다.
거주이전의 자유도 없었고 외박도 못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매춘부가 교회에 오는 것을 막았다.
공창제도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있었지만 몰래 장사하다 들키면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역사의 희롱일까. 놀랍게도 유곽의 소유주는 교회와 주교였다. 영주와 시가 소유한 유곽도 있었다. 포주는 매춘부들의 고혈을 빨아 교회와 영주에게 세금으로 바쳤다.
14세기 프로방스의 한 백작은 자신의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비뇽 다리 위에 유곽을 열고는 매춘부들이 번 돈을 착취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중세의 매춘부들은 이렇게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의 전화상담소(02_708－4445)에 따르면 국내 매춘여성들은 빚 구타 감금 소외감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전화를 분석한 결과 매춘여성들은 1천만∼2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으며, 포주와 손님의 구타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불법감금되는 경우도 예사고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매춘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20세기말, 대한민국의 매춘여성들은 지금 비참한 중세를 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