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골잡이 쌍둥이 자매의 축구열정
기사입력 1998년 02월 18일 15시 31분
@…지난 83년 `멕시코 4강신화'의 주역인 서울 현대고 여자축구부 김종건 코치（34）는 일란성쌍둥이인 최연주－옥주（18）가 정말로 자랑스럽다.
지난해 전국대회서 4차례나 3위에 그친 현대고의 아쉬움을 올해는 쌍둥이 자매가 깨끗이 씻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다음달 3학년이 되는 연주는 스토퍼, 옥주는 스트라이커. 동생인 옥주는 지난해 7개 대회에 출전해 팀내 최다인 5득점을 터트린 골잡이다.
그러나 김종건 코치가 쌍둥이 자매를 더욱 미덥게 여기는 이유는 기량 못지않은 축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쌍둥이가 운동을 시작한 창덕여중 3학년때 부모님은 "여자가 웬 축구냐"며 노발대발했다. 축구부 월회비를 비롯해 유니폼 등에 들어가는 돈을 주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10만원의 월회비를 못내면 축구를 그만 둘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둥이 자매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전 4시부터 신문배달을 하면서 경비를 조달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집에서 중구 정동의 학교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통학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새벽훈련에 참가했다.
학교측도 "쌍둥이는 한몸"이라며 월회비를 한사람만 받는 등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심적 고통도 많았다. 뒤늦게 운동을 시작해 후배들보다 뒤처져 자존심이 상했다.
현대고 1학년때는 너무 속상해 운동을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김종건 코치의 격려로 이를 악물고 기량을 연마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누비고 훌륭한 지도자가 돼 여자축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선머슴같은 짧은 머리에 앙증맞은 보조개까지 빼다박은 쌍둥이 자매의 당찬 포부다.
[신향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