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김종환(5)
기사입력 1998년 02월 18일 15시 31분
그녀의 이름은 `숙'. 우린 대학 1학년 초겨울에 만났다.
청량리 효성다방에서 DJ를 보던 때였다.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여자에 대한 호기심은 별로 없던 내게 일주일 내내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또래 아가씨 두명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정탐'하던 우리들은 일주일 후 커피숍에서 마주앉게 되었다. 그녀의 친구가 나를 `찍어' 다리를 놔주기 위해 성사된 자리였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숙이는 그때 얘길 나누며 친구에게 `넘기기엔' 아까운 남자란 생각이 들었단다. 예전에 봤던 DJ들과는 뭔가 다른 순수해 보이는 이미지가 맘에 들었다는 거다. 그래서 친구에게 나를 음해(?)하는 등 갖가지 방해 공작을 폈다는 고백이었다.
동갑내기인 우리는 친구처럼 오누이처럼 지냈다. 만남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강원도 그녀 집에서 우리 사이를 알게 됐고 `가수 지망생'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극심한 반대가 시작됐다.
숙이는 몸이 아주 약했다. 지금은 많이 건강해졌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자주 아팠다. 김종환의 부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항간의 소문은 여기서 와전된 게 아닌가 싶다.
야간업소로 나를 찾는 전화가 오면 가슴 졸이며 병원으로 달려가는 일이 반복됐다. 그녀가 먹고 싶다는 걸 구하기 위해 새벽녘 딸딸이 오토바이를 끌고 가게문을 두드린 일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숙이는 그런 나를 보며 `다시 이런 사람을 만나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런 저런 어려움을 헤쳐가며 우리의 결속은 더욱 공고해졌다.
주위에선 "사랑하면 같이 살아야지, 도대체 몇년째냐"고 의아해들 한다. 하지만 그녀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았다. 몸이 안좋기 때문에 일단 편히 살 수 있는 공간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84년부터 6년간 악착같이 돈을 모아 집을 산 것도 다 그녀를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친구 빚보증에 몰려 6개월만에 거리로 나앉게 되자 그녀집에서 다시 결혼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숙이는 다시 강원도로 돌아갔고 난 재기의 칼을 갈았다. 또다시 `5년만 기다리자'고 그녀와 난 다짐을 했다.
어쩌면 오랜 사랑앓이를 해왔기 때문에 `존재의 이유'와 `사랑을 위하여' 같은 노래를 만들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절절한 사랑이 내 노래에 배어있는 것도 그녀가 존재하기 때문일 테니까.
어찌됐건 5년만에 우리가 바라던 성공은 찾아왔다. "이젠 결혼해도 되지 않냐"고 주위의 재촉이 심하지만 우린 느긋하다.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라는 믿음이 확고해서다. 요 2년사이엔 너무 바빠서 결혼할 겨를이 없었다고 하면 그럴듯한 변명이 될까.
5월부턴 미주지역을 돌며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또 연변 지역 공연도 계획중이다. 아무래도 결혼은 내년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결혼식은 나의 다양한 팬들의 축복 속에 이루질 것 같다. 결혼식때 꼭 초대해 달라는 여러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칙칙하고 두서없는 내 얘길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즐거울 땐 기쁨이, 힘들 땐 위로가 되는 노래를 영원히 부를 것을 약속드린다. X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