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홍상표씨] 첫 여성당구심판-늦깍이 3쿠션
기사입력 1998년 02월 18일 15시 31분
국내 첫 당구 여성 심판이 선보였는가 하면, 한때 `당구 신동'으로 화제를 뿌렸던 선수가 뒤늦게 `3쿠션 황제의 꿈'을 펼쳐 관심을 집중시켰다.
화제의 `당구 남녀'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국사회체육당구연합회 당구회관에서 열린 대한당구선수협회 주최 97∼98 3쿠션 서울시당구선수권 5차 결승전에서 탄생했다.
▲홍상표씨
서울 시리즈 제5차전 우승자인 홍상표씨(33).
유치원때 부모님의 당구장에서 의자를 놓고 배운 뒤 5년만에 `서울 마장동 최고수'로 등장, `어른 고수'들을 상대로 당구장의 매상을 두둑히 올려주었다는 일화를 갖고 있다.
홍상표씨는 세계3쿠션 당구 황제인 이상천씨처럼 왼손잡이 선수다. 300점을 치던 초등학교 3학년때 오른팔 골절상을 당하자, 곧바로 왼팔을 사용해 300점이 된 괴짜 신동이었다.
양손잡이 특유의 스트로크의 힘이 좋다. 그의 역회전치기는 세계 정상급.
그러나 3쿠션 선수로 데뷔한 것은 불과 2년전이다. 만 31세의 `늦깎이'로 등장한 것.
데뷔 첫 해(96년) 전국 최강그룹인 서울 신인선발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서울선수회 랭킹 2위.
많은 당구인들은 홍상표씨가 올해 전국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지영씨
공식 대회에서 국내 처음으로 여성 심판이 등장했다.
심판 데뷔전으로 일약 결승전을 맡은 이지영씨(23).
"1점입니다". "3점입니다".
샷을 할 때마다 당구대 바닥을 열심히 들여다보고는 연신 손가락을 펼쳐보인다.
선수로 결승전에 오른 김상호씨(42)는 공교롭게도 이지영씨의 `심판 스승'. 이지영씨는 `혹시 스승이 못한다고 핀잔주면 어떡하나' 하는 초긴장속에 결승전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따금 선수가 친 공이 쿠션에 맞았는지 안맞았는지 구분이 안갈 때면 고개를 갸우뚱. 한 큐에 보통 1∼3점을 치던 선수들이 무려 8점을 치자 손가락을 어떻게 펼칠 지 몰라 우물쭈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중석에선 오히려 실수가 애교만점이라며 환호.
이지영씨는 당구 입문 6개월의 햇병아리. 4구 실력은 `물 100점'이다. 그의 꿈은 세계 대회에서 심판을 보는 것이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