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섹시한 엘레베이터 걸
기사입력 1998년 02월 18일 15시 31분
"SBS TV `당신뿐인데'에선 청순가련형 연기를 하느라 힘들었어요. 지금요? 더 만만치 않아요."
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를 살아가는 20대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내 마음을 뺏어봐'. 김은정은 용광로같은 인물, 홍난희로 나온다. 욕망이 꿈틀꿈틀 살아 숨쉬지만 분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인물. 직업은 엘리베이터 걸. 천재적인 춤솜씨를 갖고 있으나 가난때문에 날개를 접었다.
록카페에서 모든 걱정을 잊고 춤을 추는 게 유일한 취미.
"대사도 없어요. 인물 성격은 난해하고. 연기 초년생인 제게 만만치 않은 숙제죠."
오종록 PD의 주문사항도 까다롭기 짝이 없다. `말을 던지다가 중간에 잡아 채는 듯 해라' `관조적인 태도 속에서도 분출하는 욕망이 보여야 한다'.
처음엔 `황당한 주문'이라 싶었는데 지금은 어렴풋이 그 뜻을 알 듯하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자칭타칭 독종인 오종록 PD의 열성과 전 출연진의 의욕이 큰 힘이 됐다.
"주연 배우들이 모두 `내 마음을 뺏어봐'에만 매달리고 있어요. 연습 날짜가 갑자기 바뀌어도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죠."
`내 마음을 뺏어봐' 팀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집중적으로 대본 연습을 했다. 일주일동안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다른 드라마의 대본 연습과 딴판이다. 일명 `공포의 연습시간'.
"아침 꼭두새벽부터 재즈댄스 개인 교습을 받고 허겁지겁 연습실로 뛰어들어가는 생활을 계속했어요. 하늘이 다 아득해지는 것같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대본연습 시간이 즐거워요."
뒤늦게 입학, 여섯살이나 어린 친구들과 학교(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같이 다니므로 신세대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김은정. X세대의 감성을 생생하게 풀어내 인기를 독차지하겠다는 그녀는 올해 대학 졸업반. 28학점이나 남았지만 인기와 학업 두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이다.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