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어머니]'하늘서 응원한 아버지도 기쁠거예요'
기사입력 1998년 02월 18일 01시 47분
"여보, 동성이가 해냈어요."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1천m 쇼트트랙 결승전에서 홀로 남은 대표팀의 막내둥이 김동성(18)이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서울 대치동에 살고 있는 어머니 유영희씨(51)의 뺨에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거실에서 같이 TV를 지켜보던 10여명의 친척과 이웃사람들이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지만 유씨의 표정은 오히려 담담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아들 동성이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성장하기까지의 가슴 아팠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난해 4월 17일 전국남녀 종합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김동성을 응원하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영영 눈을 뜨지 못한 남편의 얼굴이 결승 테이프를 끊은 아들의 대견스런 얼굴과 겹쳐 보였다.
당시 김동성은 아버지의 운명 소식을 듣고도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었다.
지난 주말 유씨는 남편의 묘소가 있는 `빛고을' 광주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막내의 출전을 알리면서 선전을 기원해 달라는 `당부'를 했던 것이다.
"남편이 봤더라면 더 좋으련만…."
사실 유씨는 쇼트트랙이 워낙 부상 위험성이 높은 운동이기 때문에 김동성이 처음 쇼트트랙을 시작한 대치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오늘까지 단 한번도 마음을 놓은 적이 없다.
지난해 세계주니어, 세계선수권, 세계팀선수권 등을 차례로 휩쓸며 세계 랭킹 2위로 성장했지만 지난 94년 빙판에 넘어진 뒤로 오른쪽 무릎이 성치 않다.
김동성의 생일이었던 지난 9일 나가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난뒤에는 하루도 편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강도높은 훈련이 계속되는 바람에 무릎통증이 도졌다는 불길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용기를 내라"고 위로했지만 내내 마음에 걸려 매일 하나님께 매달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유씨는 17일 아침에는 동네에 있는 교회를 찾아 `마지막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는 유씨는 동성이 귀국하는대로 가장 좋아하는 `떡볶이'와 `피자'를 맛나게 만들어 줄 작정이다.
그리고 광주로 달려가 하늘에서 보고 있을 남편에게 자랑스런 소식을 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