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남자 쇼트트랙 1천m 금메달의 순간
기사입력 1998년 02월 18일 01시 04분
나가노＝김석현 특파원
`0초05의 드라마.'
얼음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적같은 드라마가 연출됐다.
17일 쇼트트랙 1천m 결승이 벌어진 나가노시 화이트링. 9바퀴를 혼신을 다해 질주한 2명의 선수가 거의 한몸이 돼 골인선을 통과했다.
`한국의 신세대 주자' 김동성(18)과 중국의 리자준이 거의 동시에 골인선을 통과해 금메달 주인공을 육안으로는 가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골인선을 먼저 밟은 것은 폭풍같은 막판 스퍼트를 벌인 김동성의 오른발이었다.
김동성은 골인선을 코앞에 두고 스케이트날을 길게 내밀어 스케이트날 한개에 불과한 40㎝ 차이로 줄곧 선두로 달리던 리자준을 밀어내고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김동성은 1분32초37, 리자준은 1분32초42. 0초05차의 짜릿한 승리였다.
30명이 치열한 각축을 벌인 끝에 이날 결승 스타트 라인에 선 4명의 주인공은 김동성을 비롯해 리자준(중국) 베다드(캐나다) 가벨(미국).
믿었던 채지훈과 이준환이 준결승에서 아쉽게 탈락해 금메달의 여망은 오로지 막내 김동성에 모아졌다.
하지만 선배들의 지원아래 힘차게 질주하리라는 예상이 빛나간데 따른 심적인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김동성은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역전 드라마가 펼쳐진 것은 골인선을 불과 한바퀴를 남겨놓고서부터.
1위 리자준과 2위 베나드를 1m 차로 추격하던 김동성은 한바퀴가 남은 것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 번개처럼 인코너를 파고들어 2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노련한 리자준을 추격하기까지는 그리 쉽지 않았다. 마지막 코너를 돌때까지 김동성은 여전히 리자준과 1m 간격을 유지, 2위에 그치는 듯했다.
마지막 피니시라인. 10m 가량의 짧은 트랙에서 역사는 이루어졌다.
김동성이 젖먹던 힘까지 토해내며 도저히 믿기지 않은 폭발적인 스퍼트를 벌였던 것.
선두를 달리던 리자준은 1위를 확신한 듯 여유있는 자세를 보였지만 김동성은 골인선을 향해 필사적으로 오른발을 내밀었다.
9바퀴를 돌면서 1분32초 동안 1위의 가망이 없었던 김동성에게 기적을 안겨준 `황금의 발'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