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전훈일정 '빡빡' 월드컵팀 적색경보발령
기사입력 1998년 02월 17일 15시 49분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적색경보가 발령됐습니다.
호주 시드니에서 전지훈련중인 대표팀은 지난 11일 98프랑스월드컵 본선티켓도 획득하지 못한 호주 대표팀과 치른 친선경기서 시종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0대1로 패했습니다.
대표팀은 이틀 뒤인 13일 호주 프로팀 울렁공과의 연습경기에서도 1대2로 역전패, 98프랑스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국가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IMF 한파' 속에서 국민들의 희망으로 남아 있던 대표팀의 잇따른 패배소식에 축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대표팀의 뒷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월드컵 대표팀과 호주 대표팀간의 친선경기를 지켜본 현지의 교민들은 한결같이 "우리 대표선수들이 무척 피로해 보였다"고 전해왔습니다.
이들은 해외파가 빠진 호주 대표팀은 사실상 2진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한국 대표팀이 정상 컨디션만 유지했다면 쉽게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
◇…대표팀이 지난주 이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표팀의 전지훈련 일정이 너무 빡빡한 것이 원인인 것같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팀은 98킹스컵국제축구대회를 마치고 지난 2일 방콕을 출발, 호주 브리즈번에서 1박을 한 뒤 3일 다시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로 이동했다가 8일 시드니로 향하는 등 숨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다녔습니다.
태국과 뉴질랜드간의 시차가 6시간이고 뉴질랜드와 호주간의 시차가 2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대표선수들은 훈련은 고사하고 시차적응하기에도 빠듯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차범근 감독도 이런 점을 간파했는지 당초 귀국일정을 4일이나 앞당겨 오는 19일 전지훈련을 서둘러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답니다.
◇…한국 대표팀과 같이 호주에서 전지훈련중인 일본 대표팀은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용기백배해 있습니다.
한국이 0대1로 패한 호주 대표팀과의 친선경기（15일）에서 3대0으로 대승을 거둔 것이지요.
지난해 우여곡절끝에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티켓을 손에 넣은 일본 대표팀의 오카다 감독은 그러나 경기후 "경기내용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혀 98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무언가 비장의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이처럼 호주 대표팀을 놓고 전력이 간접 비교된 한국과 일본 대표팀이 오는 3월1일 다이너스티컵 축구대회 개막전에서 맞붙기로 돼 있어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합니다.
◇…일본 팬들은 수용인원 7만명 규모의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질 한국과 일본의 다이너스티컵 개막전에 벌써부터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지난해 9월28일 도쿄에서 벌어졌던 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 때의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지난 1일 일본 전역에서 표를 예매했는데 발매당일 6만9천장의 입장권이 매진되었다는군요.
일본 축구계에선 대회가 임박해서는 경기장 주변에 지난해와 같이 텐트족들도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붉은 악마'가 응원단을 모집중인데 IMF 여파탓에 원정응원단 규모가 100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화제를 돌려볼까요. 그동안 갖가지 추측을 낳았던 대한축구협회의 신임 전무이사로 조중연씨가 선임되었지요.
◇…이미 기술위원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던 조중연씨는 이번에 전무까지 겸임하게 돼, 전임 김정남 전무와 마찬가지로 2가지 중책을 한꺼번에 맡게 되었습니다.
축구인들은 한사람이 두가지 직책을 맡기보다는 축구인들의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기술위원장의 전무이사 겸직을 원하지 않았는데 결국 무산되자 아쉬움을 표시하더군요.
◇…조중연씨는 전무이사를 겸직하게 되기까지 남모르게 냉가슴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8일 전임 김정남 전무로부터 전무선임과 관련해 모종의 `귀띔'을 받고 곧바로 KBS의 축구해설위원직을 사직했는데 막상 축구협회로부터 "전무이사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대답을 듣고 당황해 했다는군요.
실제로 축구협회는 조씨를 포함해 3∼4명을 대상자로 올려놓고 전무이사 선임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트로피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서울에 왔죠.
◇…그렇습니다. （주）한국코카콜라의 주선으로 지난 14일 오전 서울에 도착한 월드컵 트로피는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지에서 오는 21일까지 전시될 예정인데, 도착하자마자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유리상자에 넣은 채로 전시됐던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엔 팬들이 직접 트로피를 만져볼 수 있도록 하자, 팬들은 "혹시 모조품이 아니냐" "진짜로 만져 봐도 괜찮느냐"고 재차 확인한 뒤, 트로피를 쓰다듬기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있습니다.
주최측은 특히 지난 14일 오후 1시 98프랑스월드컵 마스코트인 `푸틱스'로 변장한 코카콜라 직원으로 하여금 트로피를 안고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과 신사역 구간을 왕복하도록 하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여 퇴근길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FIFA 월드컵 트로피를 안고 전세계 8개국을 순방 중인 코카콜라 미국본사의 프로젝트 담당 마이클 매클라인씨도 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FIFA로부터 `트로피를 안전하게 지키라'는 특명을 받은 매클라인씨는 팬들이 혹시라도 트로피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운반도중 상처가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매클라인씨는 한국인 보디가드 4명을 대동하고 있지만 트로피가 전시되는 동안 트로피 곁을 떠나지 않고 있고, 심지어 밤에는 트로피를 꼭 껴안고 잠을 잔다는군요.
매클라인씨는 취재진이 "트로피와 부인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하자 "5년전 아내와 헤어져 밸런타인데이（14일）에 초콜릿도 받지 못했다"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한 뒤, "사랑하는 사람보다도 트로피를 더 소중히 여긴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리＝송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