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학로 '연극 호객꾼' 활개
기사입력 1998년 02월 17일 15시 48분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도 호객꾼（속칭 삐끼）이 등장했다.
흔히 삐끼라고 하면 유흥가에서 술손님을 끄는 사람들을 말하지만 이들은 좀 다르다.
이들은 환락의 세계가 아닌 `문화의 공간'으로 손님들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호객꾼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들이 적을 두고 있는 곳은 연극을 공연하는 소극장.
대학로에 밀집해 있는 30여개의 소극장들 중 몇몇 극장에서 이들을 고용, 관객동원에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연극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학로에는 총 180여명의 호객꾼들이 활동하고 있다.
당초 이들은 주로 `벗는 연극'에 동원됐다.
주위의 눈치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명분'을 제공해주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최근 IMF한파로 관객이 줄자 `순수'를 외치던 일부 소극장에서도 이들을 앞장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극 기획자는 "양심에 찔리기는 했지만 호객꾼들을 동원해 보니 주말의 경우 관객이 최고 100명은 늘더라"며 쓴 입맛을 다셨다.
소극장과 호객꾼들의 거래는 대부분 5대5로 이뤄진다.
가령 호객꾼들이 2만원짜리 티켓을 팔면 1만원은 극장에 입금시키고, 1만원은 자신들이 갖는 형식이다.
그 중 더러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몫의 20∼30％ 정도를 할인해 주기도 한다.
일반 연극은 1일 2회정도 공연되지만 `벗는 연극'은 평일에도 4∼5회씩 공연되고 있어 이들은 회당 1∼2명씩만 동원한다고 해도 하루 5만원은 거뜬히 벌 수 있다.
이들은 주로 골목 어귀나 포스터를 붙여두는 게시판 주변에 포진해 있다가 행인을 붙들기도 하고 게시판을 기웃거리는 손님이 있으면 지체없이 접근, 연극의 내용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티켓을 판다.
특히 이들은 보통 4∼5종류의 티켓을 가지고 있어 웬만하면 손님들의 구미를 맞춘다.
호객꾼 김모군（19）은 "연극내용 설명해주고 입장료까지 할인해 주니 꿩먹고 알먹는 일 아니냐"면서 "일부러 우리를 찾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로에 점차 깊숙히 뿌리내려 가고 있는 소극장가 호객꾼들.
연극의 관객이 줄어들 수록 이들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