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4)김종환
기사입력 1998년 02월 17일 15시 48분
`존재의 이유'는 그렇게 떴다. 물건을 떼러 남대문 동대문에 왔던 전국 각지의 사람들은 레코드 가게에서, 방송사 신청엽서를 통해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음반을 찍었고 하루에 2만장씩 주문이 들어왔다. 방송사에 홍보자료를 돌리기도 전에 다운타운에서 이미 불이 붙은 것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잇달았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KBS 2TV 주말극 `첫사랑'팀이 우연히 길을 가다 `존재의 이유'를 듣곤 "바로 이거다"며 무릎을 쳤다는 거다. 극중 최수종씨 이미지와 노래 분위기가 딱 맞아 떨어진다며 짤막하게 다듬어줄 것을 요청해 왔다.
드라마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첫사랑'에 몇번 삽입되고 나자 방송사에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음반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96년 겨울은 따뜻했다. 길을 걷다보면 돌림노래처럼 `존재의 이유'가 흘러나왔다. 정말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존재의 이유' 음반은 지금도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 셀러다. 사람들은 판이 100만장쯤 나갔다니 떼돈을 벌었을 걸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가지 계약관계가 얽혀 사실 내 수중에 들어온 건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종환이라는 `존재'를 알렸다는 것,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팬층을 확보했다는 자체로 만족한다.
두번째 앨범 `사랑을 위하여'는 지난해 `존재의 이유' 콘서트를 쭉 하면서 만든 노래다.
내 콘서트에 오신분들은 알겠지만 팬연령이 다양하다. 대학생부터 60대까지. 그리고 80%가 여성팬이다. 부부 연인이 나란히 오는 경우도 많다. 공연 내내 눈을 지그시 감고 듣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고단하고 찌든 삶이 위로받는 느낌이라고 한다.
나는 가난한 연인의 마음을 잘 안다. 나중에 찬찬히 얘길 풀어놓겠지만 내게도 10년을 넘게 기다려준 여인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위하여' `사랑하는 이에게' 모두 내 마음을 그대로 담은 노래다. 서민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사랑'이 내 음악의 테마다.
2집 작업도 빨리 진행됐다. 녹음할 때 웬만하면 한번에 가는 스타일이라 스튜디오 사용이 보통 가수들의 1/5도 채 안된다. 노래를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처음의 느낌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연이 음반보다 낫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그래서인듯 싶다.
`사랑을 위하여'에 이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랑하는 이에게'는 30분만에 뚝딱 만든 곡이다. 2집 녹음 도중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나간 사이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떠오른 것이다.
부랴부랴 보조 엔지니어를 불러 통기타 반주를 먼저 녹음했다. 거기에 노래를 입히고 피아노 반주를 넣은 게 `사랑하는 이에게'다. 스태프들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기도 전에 한곡이 완성된 것이었다.
[김소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