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태초의 혼란(15)
기사입력 1998년 02월 16일 15시 15분
어느 사회든지 강한 자가 우대 받게 마련이다.
특히 `힘'이 아니고는 달리 평가할 방법이 없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암컷 배분에서는 무조건 `강자 우선원칙'이 적용됐다.
강자만이 `강한 2세'를 잉태시킬 능력이 있는 까닭이다.
강한 수컷은 암컷 뿐만 아니라 사파리측에서도 원했다.
외국 사파리의 예로 보아 처음 개장할 때는 외부에서 동물을 가져오지만 그뒤로는 `자체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튼튼한 `씨앗'이 필요했던 것이다.
암컷과의 데이트가 몇번 계속되자 바우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준결승전에서 성칠에게 기습을 당한 뒤 간이방사장에 나갈 때마다 바짝 긴장했던 바우는 몇번 데이트를 하고는 달라진 것이다.
문이 열리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적이 있는 게 아니라 열정을 다해 사랑을 할 수 있는 암컷이 있으니 사정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결승전을 앞둔 바우와 킹은 날마다 `파트타임'으로 암컷을 만났다.
준결승전까지 전승가도를 달려온 승자에 대한 위로였고, 혈투를 앞둔 전사(戰士)에 대한 마지막 배려이기도 했다.
바우와 킹에게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그저 그날그날 주어진 축복을 맘껏 누리며 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바우의 부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대결의 날이 그만큼 다가온 셈이다.
사육사들은 택일(擇日)에 들어갔다.
사파리 개장 `D－10'을 앞두고 챔피언 결정전을 갖기로 했다.
사파리가 문을 연 뒤 내장객들이 보는 앞에서 결승전을 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소한의 서열을 정하고 부상 같은 후유증에서 완전히 회복된 뒤 내장객을 맞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이다.
사파리에도 봄 빛깔이 뚜렷해졌다.
4월이 왔다.
3월까지만 해도 봄이 봄 같지 않던 사파리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 봄기운에 모든 것을 내줘야만 했다.
사육사들은 개장 준비를 위한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바우와 킹의 초대 챔피언 결정전이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