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의야구보기] 국내 중계라도 살리자
기사입력 1998년 02월 16일 15시 15분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킹스컵 축구대회에서 요즘 인기 최고인 차범근감독이 이끄는 월드컵대표팀이 멋진 우승을 따냈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감동이나 효과는 크게 떨어졌다.
그동안 그렇게 흔하게 하던 위성중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현장의 경기모습이 TV를 통해 중계가 되었다면 국민들은 또한번 열광했을 것이 분명하다.
올해는 최악의 경제사정으로 중계권료가 많이 들어가는 외국의 위성생중계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시즌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LA 다저스의 `코리아 특급' 박찬호의 위성생중계도 하지 못할 위기에 빠져 있고 올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무대에서 적어도 2번 이상은 우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박세리의 중계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바로 메이저 스포츠단체들이 엄청난 중계권료를 요구하기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당 경쟁으로 중계권료를 잔뜩 올려놓았던 국내 방송 3사（KBS MBC SBS）는 창구를 일원화하고 `중계권료 거품 제거'에 나섰으나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나서는 이들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원하는 박찬호의 중계권료는 300만달러인데 비해 방송 3사에서는 작년과 비슷한 34만달러선을 주장하고 있다.
액수차가 너무 커 협상에 어려움이 있고 또 국민 정서가 거액의 외화를 소비하느니 아예 보지 말자쪽으로 기울고 있어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박찬호 경기의 중계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스포츠보기에 대한 열망을 풀기 위해 방송 3사가 눈을 돌릴 곳은 국내 경기다.
그중 국민의 스포츠라는 프로야구 중계는 가장 매력 있는 중계방송꺼리다.
야구는 공수 교대로 1회에 2번이나 쉬는 시간이 있어 광고가 수반되어야 하는 TV 중계에 가장 유리하다.
방송사들은 축구나 농구, 배구 등 다른 구기종목들보다 광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야구를 많이 중계해 왔고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해 프로야구의 인기는 크게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 프로야구 TV중계는 박찬호와 선동열 등에 밀려 수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96년 공중파 3개방송에서 52게임을 중계한 반면 작년에는 41경기밖에 중계하지 않았다.
중계방송수가 이처럼 줄어든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방송 3사간의 중계권료 협상이 시즌을 모두 마친 11월에 완전 타결이 됐기 때문이었다.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 편성을 하기 어려워 프로야구 중계는 줄어들게 됐다.
작년의 경우 KBS만 예년과 비슷한 21경기를 했을뿐이고 MBC는 8경기, SBS 12경기만을 중계방송을 했다.
그만큼 국민들에게서 프로야구가 멀어졌다는 얘기다.
그것은 바로 프로야구의 인기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작년 프로야구 관중수가 390여만명으로 96년보다 50여만명이나 줄어든 것도 바로 프로야구의 중계가 덜 되어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KBO는 올 중계권료 협상을 빠른 시일내에 끝내는 것은 물론이고 중계되는 경기수도 대폭 늘리도록 협상을 벌여 프로야구를 팬들이 보다 가깝게 볼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한다.
물론 방송사들이 IMF 위기를 들어 중계권료 삭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등 협상의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KBO는 최고의 협상력을 발휘해 방송 중계권 협상을 올시즌이 들어가기 전에 끝내야 한다.
바로 그것이 IMF 체제로 위기를 맞은 프로야구를 살릴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부국장대우 야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