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차량보관소] 안 찾아가는 차량 골머리
기사입력 1998년 02월 16일 15시 15분
견인차량 보관소가 `빈털터리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차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IMF한파가 계속되면서 견인차량 보관소에는 견인된지 1개월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는 장기보관차량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내 견인차량 보관소는 잠실 마장동 등 6곳으로 지난 1월동안 모두 337대가 주인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284대와 비교하면 18.7％나 늘어난 수치.
지역별로는 서민들이 많이 사는 잠실보관소가 91대에서 124대로 36％가 증가했고 구로 74대, 마장 63대 등이 세워져 있어 별도로 마련된 방치차량 주차장이 비좁을 지경이다.
보관소측은 법정 보관료와 견인료, 과태료 등을 합치면 한달에 약 100만원이 들고 1개월이 지날 경우 매각 또는 폐차조치가 취해지기 때문에 빨리 찾아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춰보면 늘어난 차량만큼이나 사연도 다양하다.
더러 도난이나 수명이 다 된 차량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은 경제불황을 견디지 못한 `IMF차량'이다.
차주가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는 바람에 압류상태에 있거나 폭등하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차량이 그것.
여의도 보관소의 한 관계자는 "방치차량이 평소보다 10대가 늘어났는데 차적조회를 하면 부도 등으로 기소중지된 차주가 많다"면서 "출고된지 1∼2년된 차도 있지만 압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주인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 방치차량중에는 `양심적인 차주'에 의해 길거리가 아닌 공공주차장에서 실려온 것도 있어 보는 이를 가슴아프게 만든다.
한강 시민공원에 있는 공공 주차장의 관리인은 "방치차량이 한달에 2∼3대가 된다"면서 "부도는 났고 타고 다니던 차를 길거리에 버리기에는 양심에 걸려 이곳에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