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피겨] 실력보다 더 화끈한 말싸움
기사입력 1998년 02월 15일 15시 16분
`구경치고 싸움 구경만한 것도 없다'고 했다.
하물며 쭉 빠진 두 미녀스타가 서로 눈을 흘겨대고 있으니 구경꾼들의 재미는 더하다.
동계올림픽에서 피겨경기장은 최고의 미녀경연장. 이 피겨경기에서 미셸 콴（17．미국）과 태라 리핀스키（15．미국）의 `은반 신데렐라' 대결은 최고의 빅카드로 꼽힌다.
96년 세계선수권을 석권한 콴이 줄곧 1인자로 군림하다가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전미선수권을 리핀스키가 싹쓸이 하는가 싶더니 올해 전미선수권에서는 다시 콴이 리핀스키를 몰아내고 금메달을 따 밀고 당기는 라이벌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8일 오후 7시에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차로 겨룬 뒤 20일 프리종목서 금메달의 주인을 가리게 되지만 총성은 이미 울렸다.
결전의 날이 임박하면서 바늘끝처럼 예민해진 장외 신경전이 선수촌내에서 부지런히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선제공격을 가한 쪽은 리핀스키.
그녀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똑같이 금메달을 원한다는 것 말고는 콴과 나 사이에 어떤 공통점도 없다"며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한술 더 떠 리핀스키의 에이전트는 "콴과 우리를 한자리에 앉혀 인터뷰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그리고는 개인훈련을 핑계로 오사카로 훌쩍 떠나버렸다.
리핀스키가 과민반응을 보인 것은 최근 미국의 N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팬들의 75％가 콴을 금메달 후보로 꼽았고, 자신은 14％밖에 되지 않았음을 다분히 의식한 것.
리핀스키가 개막식부터 참가한데 반해 콴이 일본에 도착한 것은 지난 9일 오후.
도착 다음날 숱한 보도진 앞에서 `시위용' 훈련을 하던 콴은 비장의 무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을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어 스타일을 구겼다.
그러나 콴은 "컨디션은 최고다. 금메달은 당연히 내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척 했다.
같은 팀이라면 당연히 합숙을 하는게 상식이지만 둘은 잠자리도 각각이다.
리핀스키는 지난 11일 오사카훈련을 끝내고 선수촌에 들어와 룸메이트인 제시카 조세프와 정답게 지내고 있지만 이를 의식한 콴은 같이 온 가족들과 함께 나가노 시내의 한 호텔에 따로 방을 잡아 나갔다.
미국 피겨스케이팅연맹도 말릴 생각은 커녕 홍보직원을 양쪽 캠프에 한명씩 붙여줘 오히려 신경전을 부추기는 꼴이다.
지난 94년 1월 전미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토냐 하딩이 연습중이던 라이벌 낸시 캐리건에게 흉기 테러를 저지른 사건 이후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라이벌 대결을 보는 팬들의 눈은 늘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 차 있다.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쓰라림도 남들보다 두배로 클 콴과 리핀스키의 대결_.
말싸움과 신경전으로 화끈한 `예고편'까지 보여주니 어찌됐건 팬들만 즐거울 뿐이다.
[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