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조훈현 9단 '창호가 부담스러워'
기사입력 1998년 02월 15일 15시 16분
"또 (창호와) 둬야 돼, 아, 지겨워."
최근 목진석 3단을 물리치고 최고위전 도전권을 획득한 조훈현 9단의 심정을 잘 보여주는 혼잣말이다.
승리에는 이미 초연했지만, 이창호 9단과의 대결은 아직도 왠지 부담스럽다.
하지만 피차 피할수 없는 운명.
다음달 5일부터 진행될 최고위전을 포함하면 올들어서만 벌써 4차례 사제대결을 펼쳐야 한다.
조9단은 배달왕전과 대왕전, 기성전에선 모두 이창호 9단에게 졌다. 특히 2대2로 팽팽하게 맞서던 기성전에서는 마지막 5국 중반까지 우세를 유지하다 결국 반집 패로 졌으니 마음은 오죽 쓰라렸을까.
하지만 이번 최고위전을 앞둔 조 9단의 심정은 지금과는 또다르다.
그만큼 최고위전과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돌아온뒤 처음 타이틀(73년)을 획득했던 최고위전이었고, 이 때부터 국내 바둑계에 `조훈현 시대'를 열었기 때문.
73년부터 79년까지 6연패를 한뒤 80년 서봉수 9단에게 타이틀을 내줬지만 다시 81년부터 88년까지 8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절대강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 기전을 계기로 조9단은 1인자의 자리를 되찾아보겠다는 의욕을 다지고 있다.
반면 최고위전 4년연속 타이틀 보유자인 이창호 9단도 스승에게 왕좌를 내줄 것 같지 않다.
이 9단은 최근 LG배에서 유창혁 9단에게 일격을 당한뒤 요즘 "독을 품고 두고 있다"는 게 한 바둑관계자의 얘기.
심적인 부담감도 조9단에 비해 훨씬 덜해 유리한 입장이다.
현재 이9단과 조9단의 통산 전적은 143승 98패(올해 5승2패). 타이틀 전적에서도 이 9단이 37승32패로 앞서고 있다.
올들어 4번째 펼쳐질 사제대결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나성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