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전원일기' 장수기록 집착말라
기사입력 1998년 02월 15일 15시 16분
80년 첫화 `박수칠 때 떠나라'로 시작된 MBC TV 농촌드라마 `전원일기'가 올해로 방영 19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해 3월 800회 특집을 방영한 이 드라마는 곧 `방영 20년'이란 드라마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과 함께 `대망의 1천회'도 남겨 놓고 있는 MBC 최장수 드라마다.
그러나 개편 때마다 폐지 드라마로 거론됐던 이 드라마는 봄 개편을 앞두고 또 다시 존폐 문제가 재연될 조짐이다.
20년 가까이 출연해 온 주연급 연기자들 사이에서 `도무지 이렇게 오래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PD들마저 서로 맡기를 꺼려한다니 가히 `20년 장수 드라마가 아닌 애물단지'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
그동안 대표적인 농촌 드라마로 여겨졌던 이 드라마는 이미 `농촌'이라는 소재에서부터 한계를 드러낸지 오래다. 무대와 배경만 여전히 농촌일 뿐 농촌 드라마로서의 훈훈하고 찡한 감동의 이야기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도시로 옮겨온 사람들에게 안겨주던 농촌의 향수와 추억은 이미 옛 이야기처럼 들린다.
물론 `전원일기'가 색다른 소재와 얘깃거리를 내놓기 위해 자주 변화를 시도하고 머리를 싸맸던 것도 사실.
`전원일기' 제작진은 지난해 가을 개편 때 대대적인 출연진 물갈이를 시도, 양촌리 부녀회장 등 17명의 주요 배역이 한꺼번에 빠졌다. 김회장네와 일용네 가족만을 빼곤 초기 멤버들이 모두 바뀐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계속 방영을 위한 불가피한 물갈이'외엔 소재나 내용면에서 어떤 변화도 느낄 수 없다. 한때 온가족이 저녁을 먹으며 TV앞에 앉았던 시청자들도 지금은 `아직도 방영하나?'하는 시큰둥한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미 막을 내릴 때가 지났다는 얘기다.
시청자들이 외면하는데도 `기록적인' 장수 드라마에만 집착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존폐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는 요즘 `박수칠 때 떠나라'는 첫화 제목이 새삼 실감나게 와닿는다.
[강일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