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방송사의 '두 얼굴'
기사입력 1998년 02월 13일 15시 05분
가장 정직해야할 방송사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시청률의 늪에서 벗어나자면서, 또다른 쪽에서는 시청률때문에 작가가 나가게 하고, 배우가 출연거부까지 했다.
지난 10일 MBC TV는 `PD수첩'을 통해 `방송개혁,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꽤 용기있는 방송을 했다.
방송 프로그램의 총체적 문제의 주범으로 `시청률 지상주의'란 명쾌한 해답을 내며 뼈를 깎는 자성의 자세도 보였다.
쇼프로그램의 10대 편중 문제도 짚었고, 드라마의 선정성 폭력성도 다뤘으며, 교양 보도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외압문제 등을 다루며 시청률을 주범으로 몰았다.
그런데 다른 한 켠에서는 이 떨치지 못하는 `시청률 귀신' 때문에 드라마의 작가를 자기 발로 나가게하고 배우가 못하겠다고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로 MBC가 4회 방송한 `사랑'에서다.
물론 MBC가 대대로 잡고있다던 `미니시리즈'란 장르에서 타방송에 시청률이 뒤지자 흔들리긴 했겠다 싶다. 그리고 `보게 하는 드라마'를 만들고자 하는 데는 뭐랄수도 없겠다.
그러나 인기작가와 인기PD가 같이 했으면 `어른들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진지하게 담아보자'는 기획의도를 꿋꿋이 믿을 것이지, 상대 프로보다 초반 시청률이 몇％ 낮다고 해서 대본을 뒤흔들고 배우를 방송도중 나가게 하면 되겠는가.
아이러니컬한 것은 `시청률을 높이라'는 상부의 `명령'때문에 `상처'가 진행중이었던 `사랑'이 방송된지 몇분 안돼 `PD수첩'에서는 `시청률압박은 없어져야한다'고 주장한 희극이다.
한쪽은 `현실'이고 한쪽은 `이상'을 얘기한 것일 지라도, 한 방송사에서 이렇듯 일구이언하면 되겠는가.
문제는 `시청률'이다. MBC가 이번 기회에 타방송사에 앞서 이 난제를 결자해지했으면 한다.
`PD수첩'에서 `양심고백'까지 했으니 방법을 찾는 것도 MBC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