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38)밸런타인데이
기사입력 1998년 02월 13일 15시 05분
14일은 젊은이들이 사랑을 고백하고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다. 밸런타인데이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우선 로마의 성인 밸런타인이 늙고 병들게 되어 거동이 힘들어지자 병자와 어린이들에게 사랑의 편지와 선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고대로마의 풍년기원 축제인 `루퍼칼리아'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이 축제는 매년 2월15일에 열렸는데 중세 들어서는 밸런타인이라는 동명이인의 두 순교자를 기리는 축일로 변했다고 한다.
제비뽑기 기원설도 있다.
기원전 4세기 무렵 로마에서는 매년 2월15일 `루페르크스라'라는 신의 제전이 열렸다. 이날이 되면 처녀들은 자신의 이름을 쓴 종이를 상자 안에 넣었다. 그러면 젊은 남자들은 제비뽑기를 하여 애인을 골랐다.
이렇게 이뤄진 커플은 다음해 축제가 돌아올 때까지 연인관계를 지속했다. 이런 풍습은 약 800년이나 계속됐다.
교회와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이 풍습이 음란방탕이었다. 보다못한 신부들은 이 음란한 축제를 막기 위해 고심하다 한가지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순교 성인 밸런타인을 행사에 끌어들여 성격을 달리 해보려 한 것이다.
마침내 서기 496년 교황은 제전을 금지시키고 제비뽑기 행사만 남겨 밸런타인데이로 정했다. 뽑기상자 안에는 성인의 이름만 써넣을 수 있었다.
젊은이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체제와 규제에 반발하는 법. 로마의 젊은이들도 교황 못지 않은 꾀를 냈다. 제전의 하루 전인 2월14일, 미리 선수 쳐서 짝짓기사업을 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녀총각들은 사랑을 고백하는 카드를 주고받으며 이렇게 800년의 전통을 지켜나갔다.
젊은이들은 뜨거운 내용을 담은 카드에 성 밸런타인의 이름을 적어놓는 재치도 부렸다. 제발 저린 도둑이 눈 감고 아웅한 격이다.
중세때 영국과 프랑스의 젊은이들도 비슷한 축제를 즐겼다. 제비뽑기로 애인을 뽑아 하루종일 즐긴 것이다. 밸런타인데이가 2월14일이 된 것은 이때부터 짐승과 새들도 짝짓기를 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로마 젊은이들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밸런타인데이를 더욱더 음란하게 계승발전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에는 젊은 여성들이 남자들에게 초콜릿 대신 콘돔을 선물하는 신풍속이 생겨났다고 한다. 지난해 도쿄 시내의 `콘도마니아'라는 콘돔전문 가게에는 지방의 여고생까지 몰려들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우리 신세대들도 마찬가지다. 밸런타인데이의 변종인 화이트데이(3월14일)가 되면 젊은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속옷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