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정벌(37)
기사입력 1998년 02월 13일 15시 05분
말에서 뛰어내린 윤의충이 카라차르의 손을 잡았다.
"형님."
그때는 이미 카라차르의 두눈에서 정기가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입을 달삭여 뱉는 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아우님, 부탁하오."
마주쥔 윤의충의 손에 강한 힘이 주어지더니 곧 손이 풀리면서 머리가 젖혀졌다.
감숙행성 병마절도사 카라차르가 죽은 것이다. 윤의충은 퉁기듯이 일어섰다.
"시신을 모셔라."
위사장 혼소에게 던지듯 말한 그는 다시 말에 뛰어 올랐다. 장세걸의 부장 주포산의 죽음으로 송군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쪽은 승기를 잡은 것이다.
"강안으로 밀어 붙여라！"
윤의충이 소리쳤다. 기세를 얻은 감숙, 요양성군에게 송군은 밀리기 시작했다.
요양성군의 출현에 전의가 꺾였던 감숙성군이 분발했고 송군은 차츰 강안으로 밀려갔다.
윤의충이 피를 뒤집어쓰고 분전하는 부도독 에르케를 불렀다.
"부도독！ 곧 장세걸이 아군 후미를 칠것이야. 놈들을 강쪽으로 민다음 곧 강을 따라 궁곡으로 빠져 나가야돼！"
"곧 바테이의 원군이 옵니다！"
에르케가 소리쳤다.
"강 건너에서 이곳 전황을 뻔히 보고 있을터, 바테이의 5만 기병이 건너오면 우린 뒤로 돌아 장세걸을 막으면 되오！"
"기다리고 있다가는 양쪽의 협공을 당한다！"
눈을 부릅뜬 윤의충이 말에 박차를 넣었다.
"강안까지 갔을 때 바테이의 원군이 강을 건너지 않았으면 강을 따라 철수한다！"
"이미 신시가 다되어 가고 있소이다. 아군이 강안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원군이 강을 건넜을 것이오！"
한번 밀리기 시작한 송군은 일만 여기의 손실을 입고 한수쪽으로 밀려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만기 가까운 병력이었고 훈련이 잘 되어서 선봉과 후위를 갖추었다.
그들을 쫓아 말을 달리면서 윤의충은 이를 악물었다.
신시에 강을 건너겠다는 바테이의 약조는 애초부터 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어제 저녁에 강 건너편에 도착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강을 건너 전장에 도착 했어야만 했던 것이다.
전령장교가 나는 듯이 뒤쪽에서 달려와 윤의충과 나란히 말머리를 붙였다.
"대도독！ 장세걸의 본진 3만기가 뒤쪽 5리에서 접근하고 있소이다！"
이제 10만 가까운 양군의 기마군이 강안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에르케가 긴장한듯 앞쪽을 노려보았다.
원군이 강을 건너오지 않으면 강을 만나 돌아선 송군을 정면으로, 뒤로는 장세걸의 대군을 맞게되는 것이다.
"바짝 붙여 밀어라！"
윤의충이 달리는 말에서 소리치자 전군은 일제히 속력을 냈다. 송군이 돌아서서 전열을 정비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강안은 순식간에 다가왔고 왼쪽으로 푸른 강줄기가 드러났다.
"아직 오지 않았다！"
짓듯이 소리친 것은 에르케였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강을 등지고 돌아선 송군이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이 개같은 바테이놈！"
그가 다시 소리치자 윤의충이 손을 저었다.
"깃발을 저어라！ 우측으로 돌아 본진으로 돌아간다！"
요양과 감숙성, 양군은 일제히 말머리를 돌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