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요리] 'IMF입맛' 사로잡는다
기사입력 1998년 02월 13일 15시 05분
요즘 같으면 돼지가 살 맛나는 시대.
제주 돼지 등 돼지고기의 수출 또한 역대 최고의 급증세로 외화벌이 `효자'로 떠올랐다.
업소에선 양념맛이나 구이법 등을 재점검하며 돼지 경쟁력 확보에 총력전.
`제주 통도야지'는 물론 최근엔 덕유산과 지리산의 `흙돼지'와 `꺼먹돼지'까지 서울에서 경쟁을 한다.
1인분에 6천원 안팎인 요즘 돼지는 맛은 물론, 영양과 건강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빨간 돼지
주인이 강원도 횡성으로 가는 길의 `삼마치 고개'로 낙향하려다, 고양시에 눌러 앉아 음식점을 차렸다.
그래서 `삼마치 화로구이'(0344-62-6379)집. 일명 `빨간 돼지집'으로 통한다.
생삼겹살을 양념에 재두면 빨갛게 되는데, 고추장을 소재로 한 양념 버무리기는 주인이 웃기만 할 뿐 말을 하지 않는 맛의 비결이다.
돼지갈비뼈에서 살을 바른 자리가 보이는 삼겹살이 진짜배기. 이를 즉석에서 썰어 옛날식 큰 화로에다 삼발이를 받쳐 놓고 석쇠에다 굽는다.
상추 쑥갓 고추 파 양파 깻잎 레드치커리 고추 오이 홍당무 등 밭에서 키운 야채를 죄다 쌈을 싸 먹으면 별미.
별로 맵지 않은 초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 독특하다. 된장찌개 추가 2천원. 새우젓으로 간을 한 콩나물국밥(4천원)은 전주식이다.
▲된장박이 삼겹살
10근쯤 되는 통삼겹살을 된장에 잰다. 이틀쯤 숙성시킨 뒤 꺼내 손칼로 썰어 다시 `된장옷'을 입힌다.
이름을 특허낸 `된장박이 철판구이 삼겹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진성철판구이'(02-547-7892) 집의 간판 메뉴이다.
아무 된장에나 삼겹살을 숙성시키는게 아니라 주인의 칠순 노모가 구부러진 허리 정성을 다해 빚어내는 토속 된장이 하이포크 생고기의 육질을 순화시킨다.
이를 철판에 구우면 고소하다. 돼지기름이 온데간데 없다. 소금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찍어 먹는 소스는 손님 마음.
`된장옷'은 따로 걷어내 된장찌개 뚝배기를 만든다. 이 집은 점심 때 철판볶음밥+된장찌개(4천원)가 인기. 된장박이 삼겹살을 먹을 때 추가하면 1천원이 싸다.
경춘가도변 천마산스키장과 서울스키장 인근의 `진성 된장박이 삼겹'(0346-593-9233)집은 1호 분점이다.
▲경기도 포천군 영중면의 `청기와집'(0357-33-0900)과 성남시 분당 서현 먹자골목의 `하루방다새기'(0342-710-2194) 등은 `고추장 돼지불고기'로 소문났다.
서울 사당동 태평백화점 인근의 `구억돐'(02-599-9209)은 `황토크린포크'로 유명한 돼지집. 채로 거른 공주산 황토 약수에 30여가지 양념을 버무린 뒤 삼겹살에 발라 숙성시킨다. 일명 기(氣)삼겹살. 돼지고기인지 쇠고기인지 구분이 안가는 쫄깃한 육질이 특이하다.
▲돼지는 또 구워 먹는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올림픽거리에 잠실야구장 관객이나 프로야구 감독 등이 곧잘 찾는 `솥뚜껑삼겹살'(02-415-1399) 집은 솥뚜껑으로 승부하고, 참맛유통체인이 크게 퍼뜨린 서울 구로3동 `생돼지자갈구이점'(02-853-5149)은 자갈로 돼지고기를 굽는다.
서울 종로 옛 화신백화점 뒤편의 `무지개식당'(02-732-2080)은 돌솥에 굽는 제육불백(4천500원)이 샐러리맨의 점심, 저녁용으로 인기이다.
한편 돼지갈비를 원없이 먹으려면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오후 2∼10시 서울 강남역 특허청 뒷골목의 `만나칼국수집'(538@7557)의 돼지갈비 뷔페(7천원)를 찾으면 된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