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태초의 혼란(13)
기사입력 1998년 02월 13일 15시 05분
성칠의 공격 패턴은 이미 가속도가 붙은 것이어서 미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성칠의 이빨이 바우의 목에 걸렸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주먹을 피했던 바우는 이빨 공격마저 아슬아슬하게 모면했다.
바우는 수를 읽고 있던 것이다.
공격이 모두 빗나가자 성칠은 당황했다.
사태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성칠은 알지 못했다.
주먹도 아닌 이빨 공격은 실패했을 경우 위험이 크다.
상대방에 얼굴을 가까이 대준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턱 밑에 와있는 성칠의 얼굴을 바우가 그냥 놔둘 리 없었다.
바우는 솥뚜껑만한 주먹을 들어 성칠의 얼굴을 그냥 찍어눌렀다.
중심을 잃은 성칠이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했다.
성칠로서는 개전(開戰)이래 최대 위기였다.
이런 기회를 놓칠 바우가 아니었다.
바우는 얼굴을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남은 주먹으로 목을 짓눌렀다.
불과 2번의 공격이었지만 파괴력이 워낙 커서 성칠이 느끼는 고통은 엄청났다.
성칠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성칠로서는 고통마저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바우가 성대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해온 바우는 아예 숨통을 끊을 작정이었다.
성칠은 발버둥치며 위기에서 헤쳐나오려고 했지만 바우의 완강한 힘에 어쩔 수 없었다.
바우는 한쪽 발로 얼굴을 여전히 누른 상태에서 목을 누르고 있던 발을 뽑아 아랫배쪽으로 공격 목표를 바꾸었다.
성칠의 목이 비로소 풀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바우는 고개를 성칠의 목에 파묻었다.
그렇지 않아도 발톱에 짓눌려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던 성칠의 목에 바우의 이빨이 박힌 것이다.
바우는 고개를 뒤흔들며 이빨을 더욱 깊숙히 박았다.
성칠로서는 재기 불능의 상태가 됐다.
패트롤카는 그제서야 사태진압에 나섰다.
국내파끼리의 준결승전이 끝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