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세빈] '운명처럼 다가온 그남자의 향기'
기사입력 1998년 02월 12일 15시 23분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달 크랭크 인된 영화 `남자의 향기'(장현수 감독－두인컴 제작)의 여주인공 신은혜역을 맡아 영화가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명세빈(23).
분당에 사는 그녀는 동덕여대 의상 디자인학과 2년이었던 96년 초겨울, 집근처 상가에 들렀다가 서점 아저씨로부터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3권으로 나와 있는 하병무씨의 소설 `남자의 향기'를 구입했다.
"책방 아저씨 말처럼 재미있다가 눈물도 흘리고, 정말 단숨에 3권 모두를 읽었어요. 하지만 당시만해도 `남자의 향기'가 영화화 될 줄은, 또 제가 배우가 되서 주연을 맡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명세빈이 지난해 12월 열렸던 `남자의 향기'의 여주인공 공모에 참가하게 된 과정을 보면 그녀가 신은혜역을 맡은 것이 운명처럼 느껴진다.
신승훈의 뮤직비디오 출연, 초코하임 CF출연, 잡지모델 활동으로 약간씩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그녀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한 연예전문잡지에 게재됐다. 그리고 그 기사 바로 옆에 `남자의 향기' 여배우 광고가 실렸다.
광고 게재 상황을 체크하던 `남자의 향기'팀의 연출부 한명이 명세빈에 대한 기사와 사진을 보면서 "한번 응모해보라"고 전화했고, 그녀는 1천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신은혜역으로 결정됐다.
"신은혜역으로 확정된 순간은 꿈을 꾸는 느낌이었어요. 책을 읽어본 여자라면 누구나 꼭 해보고 싶은 배역일 거예요. 두 남자로부터 목숨을 건 사랑을 받는 여자죠."
극중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는 주먹세계 보스역의 김승우와 검사역의 조민기. 명세빈은 위기에 처한 김승우를 구하기 위해 조민기와 결혼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비극을 잉태한다.
"조민기 선배에겐 실컷 얻어맞는 장면, 김승우 선배와는 첫 키스신이 기다리고 있어요."
원작에서처럼 청순하고, 화려하지 않고, 지적인 캐릭터에다가 사랑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강한 여자의 느낌을 가미할 예정이라는 게 명세빈의 설명.
"이제 첫촬영을 마친 상황이어서 아직은 영화작업이 낯설어요. 감독의 OK 사인을 들어도 `정말 잘한 걸까'란 반문을 해보게 되고요. 각 장면마다 보다 구체적인 계산을 하고 나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