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쏟아진 '축구민의'
기사입력 1998년 02월 11일 15시 44분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지난 10일 컴퓨터통신 축구동호회 회장단과 프로축구연맹 실무진들이 프로축구발전을 위해 토론회를 가진 연맹회의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회의는 단 1초의 침묵도 허용하지 않은채 오후 5시를 넘고 있었다.
첫 만남이란 이유도 있었지만 서로 가슴에 담아두었던 `응어리진 말'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축구를 운영하는 연맹보단 `12번째 선수'로 불리는 축구동호인들의 민의(民意)가 봇물을 이뤘다.
"한국적 현실을 생각해 축구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선수숙소 방문과 스타와의 대화시간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K－리그（한국프로축구리그） 테마곡 제정이 시급하다."
"연고지 정착을 확실히 실현시켜 더 많은 홈팬들을 이끌어내야 한다." "구단 캐릭터 상품의 공동제작으로 질적향상을 가져와야 한다…."
참석한 사람들의 입술은 바싹 타들어가고 있었다.
연맹 실무진도 프로구단 사무국장을 배석시킨 가운데 성실한 답변을 위해 진땀을 흘렸다.
이 회의를 `제3의 눈'으로 쭉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선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고 한국프로축구가 갑자기 쑥쑥 자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의가 끝나고 밤이 이슥해 다시 술자리에 둘러앉은 컴퓨터동호회 회원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달랐다.
마치 목을 타고 넘어오는 소주의 짜릿함처럼 이날 토론회가 그동안의 답답함을 모두 상쇄시켜 준 듯했다.
사이버공간에서 `대답없는 물음'으로만 속을 태우던 이들이 이제 열린 공간을 통해 교감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정말 프로축구는 이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잔소리와 꾸지람이 없다면 그것은 곳 `죽음'을 뜻한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전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