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LG '김태진있음에…'

기사입력 1998년 02월 11일 15시 44분


'한국판 타이론 보그스' 김태진(25)이 특급 포인트가드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1m74의 김태진은 KBL(한국농구연맹) 등록선수중 최단신.
시즌 시작전만 해도 'LG 마스코트' 정도로만 여겼던 이 작은 선수가 '메가톤급 신생팀 돌풍'을 주도하며 'LG 수호신'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LG가 10일 나산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며 8연승 행진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태진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김태진은 이날 LG 특유의 번개같은 속공과 톱니바퀴를 연상케하는 조직플레이를 이끄는 한편 86－82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경기종료 2분4초전에 3점슛, 89－86으로 쫓긴 종료 28초전에 2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켜 승리에 쐐기를 박는 수훈을 세웠다.
3점슛 4개를 곁들인 21득점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4인터셉트.
특히 볼을 가장 많이 다루는 포인트가드이면서도 실책은 단 1개에 불과해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강동희(기아) 이상민(현대) 등과 대비되는 'IMF형 짠돌이 포인트가드'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김태진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에서였다.
3쿼터 종반 나산의 센터 브루소(1m98)가 속공으로부터 이어진 노마크 골밑슛을 시도하려는 순간 비호처럼 달려들어 블록슛을 시도한 것.
물론 이 블록슛은 실패했고 김태진은 코트에 나동그라졌지만 무려 24㎝가 더 큰 상대센터의 슛을 블로킹하겠다는 김태진의 '승부근성'은 관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세칭 '농구명문대'가 아닌 명지대 출신인데다 단신의 핸디캡을 안고 있는 김태진이 10일 현재 2위에 랭크된 LG의 포인트가드로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장면이었다.
'연습벌레'로 통하는 김태진은 자유투 성공률(90.9％)에서도 1위를 달려 현역시절 '슈팅머신'으로 통했던 이충희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조석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