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로비로 얼룩진 대회 뒷얘기 고발서
기사입력 1998년 02월 11일 15시 44분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본격적인 메달레이스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요즈음 일본에서는 이번 대회와 관련된 흥미있는 책 한권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나가노올림픽 소동기(騷動記)'.
신문사 사회부기자를 거쳐 현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카와 도시히데씨(相川俊英．43)가 쓴 이 책은 9일 현재 일본전체의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있다.
지난 1월말 출간된지 3일만에 18만권이 팔려 2판 인쇄에 들어갔는가 하면 서점마다 주문이 쇄도해 머지않아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이 책은 제목이 암시하듯 나가노동계올림픽이 성사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에피소드를 철저한 취재와 자료를 바탕으로 적나라하게 파헤친 일종의 '고발서(告發書)'.
지난 85년 12월 나가노 최고의 '권부(權府)'로 통하는 유력일간지 시나노마이니치(信濃每日)신문의 간부들이 퇴근뒤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취기(醉氣)섞인 몇마디가 '인류의 제전'이라는 동계올림픽 개최의 발단이 됐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됐다.
이 책에 따르면 신문사의 간부들은 "나가노에서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 "기왕이면 동계올림픽을 유치해보자"고 뜻을 모아 나가노현 지사를 비롯한 관계요로에 올림픽 개최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환경파괴를 우려한 나가노 시민들의 결사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유치신청을 내기까지의 과정과 그후 올림픽개최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들에 대한 로비내용까지 상세히 기술돼 있다.
여기에는 나가노가 '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91년 6월의 영국 버밍엄 IOC총회 직전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을 나가노에 초청해 극진한 대접을 했던 사실도 포함돼 있다.
이 책의 쇼킹한 내용보다는 동계올림픽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위험서적'을 그것도 대회 개막에 맞춰 세상에 내놓은 출판사의 배짱이 놀랍다.
[나가노＝김석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