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전력분석] (1)해태
기사입력 1998년 02월 11일 15시 44분
프로야구 98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변수가 많다.
사상 첫 외국인선수의 영입과 트레이드, 그리고 신인 영입을 통해 전력을 보강한 프로야구 8개구단은 저마다 우승 전력을 만들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특히 외국인선수들은 각팀 전력의 핵탄두로 떠오를 전망이어서 올시즌 페넌트 레이스는 그 어느 때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지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평면적인 전력분석 방법에서 과감히 탈피해 각 팀의 핵심 사안을 문답식으로 풀어가는 시리즈 '긴급 전력분석, 키포인트 문답풀이'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해태는 전력 보강이 없다.
오히려 팀전력의 90％라는 '야구 천재' 이종범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로 트레이드했다.
이종범을 큰 무대로 보내줬다는 명분과 구단 운영자금 마련이란 실리를 동시에 챙겼지만 전력은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선수의 영입을 포기하고, 변변한 신인조차 없는 호랑이군단.
그러나 'V9'의 금자탑을 세운 '명가' 해태를 바라보는 팬들의 눈길은 여전히 기대에 차있다.
－'우승 제조기' 김응용감독은 선동열이 없던 작년에 이어 올해는 이종범까지 일본에 보내고 시즌을 맞는다. 차포도 없이 장기판에 뛰어든 김감독의 속마음은.
▲김응용감독은 "우승은 무슨 우승이냐"며 버럭 화를 내기 일쑤다. "올시즌은 끝났다"며 자포자기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아무리 뜯어봐도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태를 두려워하는 야구인들은 김감독의 반응을 '엄살'이라고 말한다. 시즌만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단 한게임도 놓치지 않으려고 덤벼들 것이 분명하다는 것. 무등산만큼 커다란 덩치에서 샘솟는 특유의 카리스마가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란 판단이다.
－톱타자 겸 유격수 이종범이 없다. 큰 구멍이 뚫린 유격수와 1번타자 자리를 누가 얼마나 메울 수 있을까.
▲해태는 올시즌 김종국을 유격수, 2루수에는 홍현우를 기용하는 새로운 키스톤 콤비를 만든다. 고려대 시절 최고의 유격수라는 찬사를 받았던 김종국과 93년 이후 5년만에 2루로 돌아오는 홍현우는 수비에서 그런대로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또 LG에서 이적해 3루를 맡게 될 송구홍이 톱타자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종범보다는 기대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까지 김종국과 송구홍이 해낼 수 있는 공격과 수비의 공헌도는 이종범 몫의 60~70％ 정도로 보고 있다. 치고 받고 뛰는 능력에서 '일당백'이었던 이종범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작년 팀방어율 1위였던 해태 마운드, 올해도 최강을 자랑할 수 있을까.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선발-중간-마무리 모두 질과 양에서 조금씩 부족하다. 선발진은 이강철 이대진 김상진은 확실하지만 제4, 제5의 선발이 마땅치 않다. 부상에서 회복한 최상덕과 오철민, 박진철을 선발감으로 집중 조련하고 있지만 활약 여부는 미지수.
마무리는 잠수함 임창용, 베테랑 왼손 김정수는 전천후로 출격할 태세다. 그러나 임창용은 작년 63게임에 나가 135이닝을 던지면서 혹사 당한 탓인지 허리 통증을 호소, 정상적인 겨울 훈련이 불가능했다. 임창용이 얼마나 제몫을 다하느냐와 김정수가 선발로 복귀할 수 있느냐가 올시즌 해태 마운드의 최대 변수다.
－그룹의 재정 지원이 완전히 끊긴 구단은 어디로 갈 것인가.
▲선동열의 재임대료 2억엔과 이종범의 이적료 4억5천만엔, 조계현의 4억원의 현금트레이드로 마련한 약 82억원이 올시즌 구단의 주요 운영자금이다.
여기에다 예상 입장수입 20억원을 보탠 총 102억원으로 한해 살림을 꾸려나간다는 계산이다. 이중 신인 계약금을 포함해 선수단에 지급해야 할 총 연봉은 28억9천100만원. 수치상으론 구단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모그룹의 재정 악화가 직원들의 안식월제까지 도입한 구단에 어떤 불똥으로 날아올지는 예측불허다.
－해태선수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올시즌을 준비하고 있는지.
▲해태 선수단의 분위기는 불씨로 남아 있는 '구단 매각'이 좌우할 전망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똘똘 뭉치는 특성으로 강한 야구를 만들었던 과거의 모습에 기대를 걸어야 할 입장이다.
[정리＝이창호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