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아르바이트] 내레이터 모델
기사입력 1998년 02월 11일 15시 44분
경원대에서 가장 바쁜 여자 정혜련양(24.불문과 3년).
학과수업과 아르바이트로 짜여지는 정양의 한학기 일정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못지 않게 빡빡하다.
정양이 '용돈은 내 손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얼굴을 내민 세계는 내레이터 모델.
각종 행사장에서 수려한 미모와 상아조각 같은 각선미를 뽐내며 손님들의 시선을 끄는 요즘 한창 '뜨는' 업종이다.
통상 내레이터 모델로 불리지만 늘 제품소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입고 안내소에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행사장 입구에서 90도로 절을 하며 손님을 맞기도 한다.
물론 그 바닥에야 프로들이 득실거리지만 정양과 같은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적잖다.
정양이 각선미를 뽐내기 시작한 것은 1학년 때인 지난 94년 여름부터.
97서울국제모터쇼와 신한국당 전당대회 등을 치러낸 경력 3년반의 베테랑이다.
각종 이벤트 회사에 사진과 함께 신상명세서를 접수시킨 뒤 연락을 기다렸다가 행사장에 출동하게 되는데 3차에 걸친 면접시험이 따르는 만큼 수입도 만만찮다.
일당은 보통 7만원 정도이며 제품설명이 가미될 경우 10만원을 넘어선다.
따라서 정양이 많이 뛸 때는 한달에 150만~200만원까지 벌어들인다.
이쯤되니 부모님에게 받아본 용돈이라고는 10원짜리 동전 한닢도 없다.
등록금에서 잡비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한다.
그러고도 정양은 평점 3.0을 웃도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힘든 일도 많아요. 굽 높은 신을 신고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끝없이 말을 해야하는 일 또한 쉽게 지치게 만들죠."
배꼽티와 미니스커트로 무장된 자신의 몸을 향해 쏠리는 뭇 남성들의 야릇한 시선과 짓궂은 장난을 효과적으로 받아넘기는 일 또한 만만찮단다.
하지만 정양은 이제 프로다.
벌써 졸업 후 매니저로 활약하며 계속해서 '행사장의 꽃'으로 남을 계획까지 세워뒀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