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패션] 화려함은 벗고 편안함은 입는다
기사입력 1998년 02월 11일 15시 44분
IMF한파를 뚫고, 기어이 봄은 온다. 각 매장 쇼윈도에서는 벌써 봄내음이 묻어난다. 봄옷들이 등장한 것이다.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빠르다.
그러나 화려함은 찾기 힘들다. 어쩔 수 없다. 전쟁의 포연 속에서도 커튼을 찢어 파티복을 만드는게 여성들의 패션본능이지만, 사회 분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사상 최악의 경제불황으로 꽁꽁 얼어붙은 98년 봄 패션도 그렇다. 올 봄 패션경향의 주제는 기본형. 여기에 낭만주의가 `나를 잊지 말아요'를 외치며 안간힘이다.
기본형의 강세는 지갑사정 탓이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단정하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에 먼저 눈이 간다.
과감한 스타일의 변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겉옷이 조용한 대신 안에 받쳐입는 옷으로 변화를 준다. 리본, 넥타이, 자수 장식을 활용한다. 넥타이의 활용도 두드러진다. 궁여지책인 셈이다. 모두 큰 돈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들이다.
스커트, 블라우스 앞자락에 트임을 준 것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다.
색상도 화려한 원색계열, 파스텔톤은 썰물이다. 연한 갈색, 회색, 청색 등 가라앉은 톤이 강세다. 화이트, 블랙은 더욱 위세를 떨칠 전망이다.
재킷은 단순한 선이 강세다. 길이는 엉덩이까지 길어지고, 허리선은 약간 들어간 스타일이 많이 보인다.
낭만주의는 봄 여성복의 전통이다. 올 시즌에는 부드럽고 경쾌한 이미지가 많다. 꽃무늬나 자수를 이용한 여성스러움, 무릎길이 스커트에 깊게 트임을 준 섹시함도 심심찮게 보인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류는 아니다.
가늘고 긴 실루엣, 우아한 원피스 드레스, 니트 카디건도 돋보인다.
광택감이 있는 소재는 기피하는 경향이다. 린넨, 실크 등 촉감이 부드러운 천연소재와 신축성이 있는 저지, 스트레치 등이 많이 사용된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 레이스의 인기는 여전한 편이다.
남성복도 복고풍이다. 고전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검정, 감색, 회색 등 기본색상이 주도적이다. 스타일은 1, 2버튼과 싱글 3버튼 등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4버튼도 특징적으로 선보인다.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