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선수들'경쟁 심리' 전력상승 원동력
기사입력 1998년 02월 10일 15시 43분
지난달 98킹스컵국제축구대회의 우승컵을 차지한 월드컵대표팀은 지난 7일 열린 뉴질랜드전에서도 1대0의 승전보를 전했습니다.
또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소속 서정원의 2게임 연속골에 이어 지난 5일엔 네덜란드 NAC로 이적한 노정윤이 데뷔전서 첫골을 기록하는 등 지구촌 여기저기서 `한국축구'의 메아리가 울리고 있습니다.
그럼 호주에서 전지훈련중인 `붉은 전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젊은 선수들을 대폭 기용한 이래 공식경기에서 4승1패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처음 신예들로 물갈이를 시도했을때 `월드컵까지 6개월밖에 남지않은 시점에서 도박이 아닌가'란 우려의 목소리가 이젠 `기대의 눈길'로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용수와 투톱을 이룬 진순진의 발굴은 `흙속의 진주'를 건져올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입니다.
◇…멤버교체에도 불구하고 전력이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은 어린 선수들의 `경쟁심리'가 큰 원인이라고 하더군요.
감독의 한마디가 곧 `법'인 이들 선수들은 축구선수 최고의 꿈인 월드컵출전을 위해 어떤 어려움도 참아내는 `악바리 근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부상을 해도 몸을 돌보지 않고 개인훈련에 나서는 등 경쟁심리에 `과부하'가 걸리는 모습도 엿보이고 있습니다.
◇…차범근 감독이 완전히 `산적'같은 모습으로 호주에 도착했다고 하더군요.
평소 일주일마다 머리를 깎아온 차감독은 빡빡한 일정탓에 머리를 전혀 손보지 못했고 거기다 얼굴도 새까맣게 그을려 몰골이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발소가 있어도 현지 이발사들의 `실력'을 믿을 수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큰 마음먹고 지난 9일 호주 시드니의 한 이발소에 갔는데, 현지 이발사가 스포츠형 머리를 제대로 깎지 못해 오히려 한 수 지도를 해줬다고 합니다.
차감독은 귀국하자마자 머리를 다시 손질하겠다고 말하면서도 20여일만의 이발에 "시원해"를 연발했다고 하더군요.
◇…최용수가 해외전지 훈련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산의 홀어머니 윤호임씨（53）에게 안부전화를 걸고 있어 과연 `효자'라는 평가를 낳고 있습니다.
평소 주변에 효자로 소문난 최용수는 한국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현지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를 거는 통에 어머니 윤씨는 새벽에 단잠을 깨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군요.
최용수가 전화를 걸어 어머니에게 건네는 말은 "별 일 없습니까"의 짧은 한두마디지만 윤씨는 아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거는 안부전화에 "정말 정성이 지극하다"며 아들의 효심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국내 프로축구로 돌려 볼까요.
수원 삼성 코칭스태프의 내분이 결국 조광래 코치를 유학보내는 쪽으로 결말이 났습니다.
1년전부터 떠돌던 김 호 감독과 조광래 코치간의 불화설은 두사람의 개성으로 보아 언젠가 폭발할 것으로 예견됐지만 그 과정에 대해선 뒷말이 무성합니다.
우선 조코치의 사퇴작업이 올초 그가 가족을 만나러 유럽에 가있던 한달새 이뤄졌고 윤성규 단장은 마지막까지 조코치의 사퇴가 김감독과의 협의에 따른 것으로 착각하는 등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김감독은 조코치의 면담요청을 거부한데 이어 훈련참가도 봉쇄한 것으로 알려져 점점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조코치의 불명예 퇴진은 `감독 출신 코치'라는 실험이 아직은 한국 토양에서 뿌리내리기 힘들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본인은 아무리 몸조심을 하더라도 `감독급 코치'라는 주위의 선입견을 불식하는데는 한계가 있었고, 감독 역시 `감독 출신 코치'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삼성은 96년 출범 첫해 조코치가 징계중인 김감독을 대신해 막판 9게임서 7승2무를 거둔데 힘입어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 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최근 인사에 대해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평가가 나돌고 있습니다.
중국 프로팀과 감독계약을 한 전임 김정남 전무가 겸직하고 있던 기술위원장 인선은 물론이고 후임 전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역시 `축구계의 화합'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국가대표팀을 관장하는 기술위원장의 경우 이용수 세종대 교수（40）가 당초 유력하게 거론돼 `이변'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조중연（52） KBS해설위원으로 정해졌다는 후문입니다.
때문에 김전무의 사퇴가 내심 협회 집행부와 축구인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축구인들은 "전무 인선은 보나마나"라며 맥빠진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임 김정남 전무는 9일 정몽준 회장이 마련한 송별 오찬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5년간 몸담았던 협회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찬에서 정회장이 전임 김전무에게 지급한 `전별금'을 놓고 협회측과 본인 모두 액수를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협회측은 "퇴직금 규정에 준해 지급했다"며 액수 밝히기를 꺼려하면서도 "정회장의 손이 크지 않겠느냐"며 `거액'임을 은근히 내비쳤습니다.
또 "원래 임원들은 퇴직금이란 게 없다"며 선심을 썼다는 인상을 풍겼습니다.
김씨가 전무로 재직하며 300만원의 월급을 받고 5년 동안 근속한 것을 감안하면 전별금은 약 2천만∼3천만원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김씨는 전별금이라는 `가외소득'보다는 전무직을 그만둔다는데 더 만족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아무튼 자신보다 연하인 정회장은 물론, 축구인들의 거센 비난도 묵묵히 감수하며 전무직을 수행해온 김씨에게 전별금은 `퇴직금'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반응입니다.
[정리＝전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