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35)피임
기사입력 1998년 02월 10일 15시 43분
대한가족계획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최근 연세대에서 '응급피임보급 시범사업 공청회'를 개최하고 내년말까지 응급피임약 보급사업을 실시키로 했다.
피임약은 '모닝필'이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성폭행이나 근친상간 등 비정상적인 성관계로 인한 임신과 이에 따른 인공유산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임은 꼭 필요한 것이다.
인류는 피임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왔다. 그중에서도 스펀지 피임법은 역사가 유구하다. 비록 끈이 달린 둥근 스펀지로 자궁 입구를 막는 방법이었지만.
고대 헤브라이인과 그리스 로마인은 피임을 위해 스펀지를 이용했다. 16세기 이후에는 프랑스여자와 영국여자들도 스펀지를 애용했다. 처음에는 귀족의 애첩과 창녀들이, 나중에는 가정부인들도 사용했다.
당시의 안내서는 "스펀지에 브랜디 몇방울을 떨어뜨려 자궁입구를 막으면된다"고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브랜디는 포도주와 더불어 알칼리성이라 정자를 죽이는 효과가 있었다.
스펀지의 크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작은 것은 2.5㎝, 큰 것은 레몬만한 것도 있었다. 여자들은 자신의 사이즈에 따라 골라 썼다.
1826년 간행된 리처드 칼라일의 책 '여성필독의 책'에도 당시의 스펀지 피임법에 관한 대목이 엿보인다.
"어떤 영국의 공작부인은 만찬에 초대받아 갈 때마다 스펀지를 갖고나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여성들은 스펀지를 항상 허리에 매어 가까이에 준비하고 있었다."
자궁폐쇄라는 아이디어는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원주민들은 식물뿌리 넝마 등으로 채워넣은 충전물로 자궁을 막았고, 이스터섬 원주민들은 해초 덩어리로 막았다.
인도네시아의 어떤 종족은 피임 마사지라는 것을 했다. 복부를 눌러 자궁의 위치를 바꿔놓는 마사지법은 의술을 아는 노련한 산파가 주로 맡아했다.
마사지가 끝나면 오줌이 막히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자궁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만 하면 또다시 임신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피지섬의 원주민 여인들은 피임약을 복용했다. 피임약은 나뭇잎이나 나무껍질의 즙으로 만들었다. 북 오스트레일리아 트레스 해협의 섬 주민들도 피임약으로 잎사귀나 꽃잎 따위를 씹어댔다.
효력이 없으면 돌과 막대기가 동원됐다. 무거운 것을 배에 얹어 낙태를 시키기도 했다.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여자들은 임신중절을 원할 경우 농사를 지을 때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그런가 하면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놀랍게도 질외 사정법을 개발해 사용했다고도 한다.
문명은 좋은 것이다. 요즘은 질기디 질긴 콘돔도 있고, 부작용 없는 '모닝필'도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