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소주 단란주점' 등장, 직장인들 '북적'
기사입력 1998년 02월 10일 15시 43분
`소주 단란주점'이 생겼다.
그것도 고급, 사치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땅에.
`소주 단란주점'은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역 주변과 방배동에 4∼5곳이 성업중이다.
소주 1병값은 5천원.
도수가 훨씬 약한 맥주와 비슷한 값이고, 양주와 비교하면 20분의 1도 안된다.
레몬소주, 청하, 매취순 등도 1병 5천∼8천원에 판매한다.
그야말로 `IMF형 단란주점'이 탄생한 셈이다.
서울 신사동 V단란주점의 경우 룸살롱급 인테리어에 최신 노래방 기기를 갖춘 방이 5칸, 20평짜리 홀까지 있다.
안주는 골뱅이, 두부찌개, 부대찌개, 제육볶음, 과일 등을 1만5천∼2만5천원에 판매한다.
소주 2병에 안주 한접시를 시키고 시간제한 없이 1만원인 노래방 기기 이용료를 계산하면 4인기준 3만5천원이면 `가벼운 한잔'과 함께 흥겨운 한마당을 즐길 수 있다.
이 단란주점의 경우 레스토랑과 연계되어 커피, 홍차 등 음료수와 식사배달이 가능하다.
V단란주점 전무 서모씨（32）는 "IMF불황이라 비싼 술은 거의 팔리지 않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소주를 메뉴로 내놓았다"며 "포장마차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충분해 하루 20팀 가량의 손님이 찾는데 20∼30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실내장식으로 치장한 고급 단란주점에서 소주를 판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는 손님 이모씨（29．회사원）는 "푹신한 소파에서 동료들과 부담없이 소주를 마시며 노래도 부르고 춤까지 췄다"며 달라진 강남 유흥가의 모습에 나갈 때까지 의아해 했다.
소주 단란주점들은 그러나 푹신한 소파와 화려한 실내장식 때문에 취기가 돌면 룸살롱으로 착각, 접대부를 불러달라는 손님들이 적지않아 애를 먹는다고.
서전무는 "단란주점은 접대부를 고용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설령 고용하려 해도 팁이 술값보다 몇배나 비싸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손님이 더러 있어 진땀을 뺀다"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