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땐이렇게] 좌회전하다 멈추자 버스도 급정거
기사입력 1998년 02월 10일 15시 43분
영등포에 있는 K제약회사의 정과장은 지난주 승용차를 타고 사당동에 갔다가 중앙선에서 좌회전을 하다 묘한 일을 당해 요즘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과장은 거래처를 눈앞에 두고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약속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마침 거래처가 건너편이었는데 맞은 편 차선을 보니 상당한 거리를 두고 시내버스가 내려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던 정과장은 그리 복잡한 상황도 아니어서 급한 마음에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했다.
그런데 천천히 내려오던 버스가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정과장은 급정지했고 버스도 충돌을 피하려고 `끽' 소리를 내며 정지했다.
충돌은 피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버스가 급정지하는 바람에 2명의 승객이 넘어져 부상을 한 것이다.
버스기사는 정과장이 중앙선을 넘어와 사고가 났다며 항의했지만, 정과장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도 충돌은 피했으니 책임은 없으려니 생각했다.
조금 후 교통 순찰차가 도착했고 환자를 병원으로 옮긴 뒤 정과장은 경찰서에 갔다.
하지만 정과장은 경찰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어야 했다.
현장 검증을 마친 경찰관은 승용차와 버스가 충돌하지 않아도 중앙선 침범이 승객을 다치게 한 원인이니 전적으로 정과장의 책임이라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피해자들이 크게 다치지 않아 불구속으로 처리되었지만 정과장은 한순간의 잘못으로 중대 법규위반 사고의 책임을 지면서 1∼2개월 뒤에는 벌금통지와 면허정지, 보험료 할증 등 막심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