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정벌(34)

기사입력 1998년 02월 10일 15시 43분


진막 안으로 전령장수가 들어서자 제장들이 말을 멈췄다.

오시(낮 12시) 무렵의 정벌군 총사령 바얀의 진막 안이다.

"윤의충 대도독의 기마군과 장세걸의 선봉군이 오시 무렵에 접전을 시작 했소이다."

그의 목소리가 진막 안을 울렸다.

"양군은 서로 소규모 기병단을 보내 치고 빠지기를 계속하고 있어서 한수 남쪽의 평원은 기마군으로 가득차 있소이다."

"감숙성군은 어찌 되었느냐?"

바얀이 묻자 전령장수가 땀에 젖은 얼굴을 들었다.

"장세걸의 측면으로 미시(오후 1시) 경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정동행성군이 견딜것 같으냐?"

"소장이 본바로는 정동행성군이 정면공격을 미루고 있어서 견딜것 같소이다. 허나 신시 이후에 감숙성군이 나온다면 양군은 전면전이 될것이오."

"알겠다. 곧 근위군을 보낼터이다."

전령장수가 돌아가자 바얀이 사천택을 바라보았다.

"바테이에게 강을 건너 장세걸을 공격토록 하시오."

"알겠소이다. 총사령."

자리에서 일어선 사천택이 진막을 나왔다. 서북풍이 불고 있어서 주위에 꽂힌 수천개의 깃발이 바람에 날렸고 그의 흰 수염도 옆쪽으로 흔들렸다.

그가 옆에 선 호북병마절도사 귀동천에게 말했다.

"장군이 바테이한테 지금 즉시 떠나도록 하게."

긴장한 귀동천에게 그가 목소리를 낮췄다.

"될수 있는한 출발을 늦추도록. 아마 바테이도 눈치는 채고 있을 터이니 핑계를 대는데 도와 주도록 하게."

"알겠소이다."

머리를 끄덕인 귀동천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이것으로 두가지 후환이 한꺼번에 없어지게 되겠소이다."

서둘러 귀동천이 옆을 떠나자 사천택은 남쪽 하늘을 실눈으로 바라보았다.

바람은 조금 있었지만 하늘이 맑았다. 전투 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게라툰의 기병단으로 한수쪽을 막아라. 우군이 강을 건널때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

윤의충의 명이 떨어지자 전령장교는 나는듯이 말을 달려 사라졌다.

전투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었다. 장세걸은 기마군만 7만이다.

그는 압도적인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단숨에 전병력을 동원하지 않았다.

선봉 1만을 내세워 윤의충의 기마군을 여러 가닥으로 쪼갠 다음 차츰 압박해 들어왔는데 한시각이 지난 지금 그의 작전은 계획대로 되어 갔다.

윤의충의 1만 5천 기마군이 네 부대로 나뉘어진 것이다. 윤의충이 옆에 선 에르케를 바라보았다.

"신중한 놈이군, 장세걸은. 이제 곧 본진 6만이 진군해 오겠어."

"감숙성군이 곧 도착합니다."

에르케가 실눈으로 서쪽을 바라보았다.

"카라차르 대도독이 장세걸의 옆구리를 치면 어차피 남송군 본진도 나눠 집니다."

바로 그때 바테이가 이끄는 근위 기병 5만이 달려 든다면 이쪽은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가 있을 것이다.

먼지를 일으키며 전령장교가 달려와 그들의 앞에 멈췄다.

"대도독, 장세걸의 본진이 진군해 오고 있소이다."

그가 소리쳐 말을 이었다.

"본진이 두대로 나뉘어져 있소이다. 한부대는 이곳으로 다른 부대는 한수 서쪽으로 향하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