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눈물젖은 두만강' 짜릿한 향수 자극
기사입력 1998년 02월 10일 15시 43분
지난 시절의 신파 악극 `번지 없는 주막'이나 `홍도야 우지 마라' 등에 눈물깨나 쏟던 기성세대들도 `울고 넘는 박달재' `굳세어라 금순아' `불효자는 웁니다' 그리고 `눈물 젖은 두만강'같은 새로운 창작 악극을 고전 신파극의 리바이벌로 착각하고 넘어간다.
그만큼 요즘 이 뮤지컬 시대에 한국적 뮤지컬인 악극이나 창극계에 기회가 오고 있다.
악극 `눈물 젖은 두만강'(김상렬 작．연출, 3∼15일, 예술의 전당)은 심순애와 홍도처럼 파란만장한 신파적 삶을 살다간 정애라는 여인의 허황한 일대기이다.
과장된 감정과 연기에다 상황에 맞추어 들려주는 삽입곡들이 대중적인 취향에 영합하여 누선을 자극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생음악의 악단과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박인환 윤문식 최주봉 등을 내세워 음악성도 안무력도 없는 눈요기식 볼거리로 구성된 이 악극은 대중가요의 리듬과 가사가 기성세대들의 감상주의에 파고 드는 양념 효과를 낸다.
따라서 음악적 요소와 코러스 안무력이 드라마의@효능을 높이는데 동원되는 `뮤지컬' 형식과는 발상과 전개 방식이 다르다.
뮤지컬 양식에 감각과 생리가 익숙해져 있는 젊은 세대층과는 달리 악극 양식에서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체험하는 나이든 세대는 교양의 배경이 다르고 그만큼 문화 향수(享受) 태도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눈물 젖은 두만강' 악극 세대도 그들만의 공연 형태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권리가 있고 그런 자유가 신파 악극류의 흥행을 가능케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눈물 젖은 두만강'은 신파극의 전형 그대로 수순을 밟아 나간다. 오히려 제1부에 해당되는 두만강변의 처녀와 잠입한 독립군과의 사랑, 밀고와 고문 등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은 주제와 밀착되어 있다.
그러나 제2부에서 아기를 업고 서울로 간 여인은, 시집살이－아기입양－아편쟁이가 된 남편과의 해후－유흥가의 프리 마돈나－장성한 아들의 밀명을 대신한 일본 헌병대장의 사살 등 파란만장하기만 했지 논리 구조가 맞지 않은 이야기 전개로 드라마의 허구를 그대로 드러낸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악극을 놓고 시대 역행적이라거나 함량 미달의 정서 부조(不調)를 탓하는 탄식도 나올만 하지만 대중 오락의 수준은 그것을 수용하는 계층의 몫이다.
실제로 관객들이 모자(母子)의 애끓은 이별에 눈물 짓고 헌병대장 사살 장면에서 박수를 보내며 과장된 감정과 연기에 숙연해지기조차 하는 것이 순박해 보인다.
[글/이상일(연극평론가．성균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