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택시기사 스카우트 경쟁
기사입력 1998년 02월 09일 15시 23분
"집이 어딥니까?"
시험을 보고 나오는 수험생에게 어떤 남자가 다가가 묻는다.
"화곡동인데요."
낯선 곳에서 뜻밖의 질문에 엉거주춤 대답한다.
복도는 곧 시끄러워진다.
"여기 화곡동이래！！"
`화곡동'이라는 소리에 몇몇 남자가 몰려와 친절하게 명함을 건넨다.
택시기사 자격시험이 있는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서울 잠실의 교통회관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고사장과 접수창구가 있는 1, 2층 복도에는 서울 시내 택시회사의 `스카우트'들이 `신인'을 뽑으려고 진을 치고 있다.
IMF 한파가 몰아치며 부도와 도산, 명예퇴직 등으로 실업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오직 택시기사 만큼은 구하기 힘든 까닭이다.
서울에 있는 259개 택시회사들은 기사를 구하지 못해 약 30％의 택시를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택시회사마다 관리부장 등 직원들을 고사장에 파견해 합격자들을 스카우트 하려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택시회사들은 책상에 XX동, OO동 하는 식으로 회사 근처에 사는 합격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무엇보다도 출퇴근이 쉬어야 근무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입사 가능성이 있는 합격자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건다.
교육기간 동안 3일 동안 택시로 출퇴근을 시켜주기도 하고, `새 차를 주겠다' `오토매틱을 주겠다'고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카우트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주에 1천여명의 합격자가 나오지만 정작 취업을 하겠다는 사람은 600여명.
현재 서울에 필요한 택시기사 2만여명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현재 놀고 있는 택시는 7천여대이고, 대당 기사가 2.5∼3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승진택시의 박무남 영업부장은 "택시기사를 마지막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우선 자격증만 따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1주일에 2~3명만 뽑아도 성공이지만 그만두는 기사가 더 많아 차고에서 노는 택시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택시운송조합 김인기 기획상무는 "명예퇴직 등으로 최근 해고된 근로자들이 아직까지는 몰리는 것 같지 않다"며 "정리해고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구인난이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