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짠순이] 직원 점심-저녁 만드는 '알뜰사장님'
기사입력 1998년 02월 08일 16시 01분
`IMF시대에는 사장도 주방장도 따로 없다.'
결혼 전문업체인 해피웨딩이벤트의 이영현 사장(34)은 패션감각이 뛰어난 멋쟁이지만 주방한켠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도 만드는 주방장이기도 하다.
출근길에 회사부근의 재래시장(서울 강남의 영동시장)에 들러서 찬거리를 산뒤 점심때가 되면 회사주방에서 김치찌개도 끓이고 밥도 푸면서 사원들 식탁을 준비한다.
"많이 먹어라, 단 남기지 마라. 남기면 벌금 5천원."
이 사장이 사내 주방장으로 변신한 건 지난해 8월부터.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자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마음에서 직원 6명의 점심값 절약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평소 요리솜씨가 좋다는 말을 들어오던 차에 "그러면 점심과 저녁은 내가 해결하겠다"며 주방장선언을 하고 나선 것.
당시 점심값은 한끼에 5천원, 사장포함해 7명의 식비는 3만 5천원. 그리고 커피값 3천원씩 2만 1천원. 합치면 5만 6천원.(물론 외근나간 사원이 자리를 비울 때도 있다.) 저녁 역시 마찬가지여서 대개 하루 식비로만 10만원 정도가 나가고 여기에 소주까지 한잔 걸치는 외식이라도 있게되면 회사 가계부는 망한다.
`요리가 취미'인 그는 자신의 음식솜씨만을 믿고 회사 한켠에 간단한 주방시설을 마련, 식비절감운동에 들어갔다.
식탁은 그가 직접 담근 김치와 시장에서 사온 밑반찬(멸치 고추조림, 오징어포 조림, 콩자반, 무말랭이 등) 및 날마다 다른 주메뉴(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 육개장, 카레, 북어국 등)로 짜여진다.
"식비는 외식을 할 때보다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드는 것같아요. 그리고 맛있고 위생적이지 않습니까."
식사를 한뒤 설거지조와 식탁치우는 조가 편성돼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가족적 분위기를 낼 수 있어 `노사화합'이 저절로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본업인 결혼이벤트 상담을 하는 가운데 가끔 고객에게 명함을 주려다가 부식구입 영수증이 줄줄이 나와 한바탕 웃기도 한단다.
이 사장은 "진짜 음식점을 해도 잘 될 것같다"는 직원들 말을 빌려 자신의 음식솜씨를 은근히 뽐낸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