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 수입끊겨 발 동동
기사입력 1998년 02월 08일 15시 27분
"글쎄요, 수입이 딱 끊겼네요. 집에서 바가지가 심해요."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한 영원히 프로기사로 활동할 수 있어, 이른바 `만년 직장' 또는 `정리해고 무풍지대'로 통하는 바둑세계.
그러나 요즘 프로기사들은 맘이 편치 못하다.
IMF한파로 고정 월급이나 다름없던 `지도대국료' 등의 쌈짓돈줄이 꽉 막혔기 때문.
상당수의 프로기사들은 지난해만 해도 한달 대여섯번의 지도대국으로 제법 짭짤한 목돈을 손에 쥐었으나 올해는 한달에 한번도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50대의 한 중견 프로기사는 "지도대국을 받는 아마추어가 자기가 이기면 10(만원)을 주고, 지면 20을 준다고 했을 때, `그렇게 짠 게 어딨어, 적어도 30이나 50은 줘야지' 했는데, 이젠 10도 좋으니 자리나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푸념.
아마추어한테서 `바둑 가르쳐달라'는 전화가 없어 알아보면 부도가 났다는 등 모두 제코가 석자라고 움츠러들더란다.
일반적으로 프로라면 각종 대회에서 상금이나 출전료를 받아 생활해야 마땅하겠지만, 바둑의 세계는 부익부빈익빈이 아주 심하다.
프로바둑에는 야구나 축구처럼 연봉 계약제가 없어, 이창호나 조훈현 등 잘 나가는 극히 일부의 기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연간 1천만원의 대국료를 벌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체 지도사범 등 부업이나, 여유있는 아마추어와의 지도대국 등으로 든든한 `쌈짓돈'을 마련해왔는데, 상당수가 이번 IMF 한파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