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가난했던 '연극인생' 회고
기사입력 1998년 02월 08일 15시 27분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악극 `눈물젖은 두만강'의 극작가겸 연출가인 김상열씨와 희곡작가 강월도씨가 앞뒤로 아담한 책을 한권씩 들고 나왔다.
김씨가 내놓은 `사랑코트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가람기획)는 수필집. 그는 이 수필집을 통해 자신의 연극인생을 되돌아본다.
`연극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게 엊그제인데 어느새 50중반을 넘겼으니 옛날 사진첩을 뒤지듯이 인생자체였던 연극을 정리해보자'고 쓴 글들이다.
그중에서도 연극에 미쳐있던 젊은 시절의 고생담은 웃음 뒤에 안쓰러움을 느끼게 할 정도다.
60년대는 배고픈 시절이었다. 단원들은 영양상태가 심각해지면 극단 공금에서 몇푼 꺼내들곤 했다. 그리곤 삼겹살 몇근을 고추장에 버무려 산행을 가곤 했는데 허기진 젓가락들이 배회하는 작태는 가가대소할 천태만상이었다.
최주봉은 누가 가져갈까봐 고깃점을 젓가락으로 꾹 눌러댔고, 박인환은 푸성귀 속에 고깃점을 숨겼다. 윤문식과 김진태는 설익은 고기를 입으로 날라갔다.
`버스차비가 없어 모래내에서 시청앞까지 걸어나온 적도 많았고, 북창동에서 지금돈 30원 하던, 서울에서 제일 싼 백반을 줄을 서 기다리다 얻어먹었고,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파고다공원 뒤 지게꾼들을 위한 10원짜리 수제비 한그릇이 고작이었다'.
`미련한 팔자대감'이란 마당극을 공연할 땐 말 그대로 고달픈 유랑극단 생활을 해야 했다.
김씨는 공연장소도 시골장터, 학교마당, 동네공터, 심지어 하천부지나 해변 모래사장까지 무차별적이었으며 해변에서 공연하다 소도구며 의상이 소금물에 몽땅 빠진 적도 있었다고 술회한다.
강씨는 `과학의 논리와 아름다운 생물의 미소'(서울스코프)에 전방위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는 공연예술과 전통예술, 육체와 스포츠, 자연과 이성 등 주제를 넘나든다.
그중에서도 그가 우리 연극계의 현실을 개탄하는 대목은 공격적이가까지 하다.
그는 `연극계 원로들은 답답하거나 거친 연극, 연기자 머릿수로 해보려는 대극장의 공룡류 연극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젊은세대들은 별 수련도 없이 지겨운 작품이나 일확천금을 챙기려는 속셈으로 철편피하게 벗기는 연극을 올려 연극의 이름을 모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승호 기자]
